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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영화 만들겠다는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요”

등록 2019-05-01 19:10수정 2019-05-01 19:20

[짬]뇌성마비 장애인 최승규씨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승규씨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주인공의 실존 인물이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승규씨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주인공의 실존 인물이다.
“나와~비슷하게~나와 공감이 됐어요~.”

최승규(51·뇌성마비 1급장애)씨가 전동 휠체어에 앉은 채 온 힘을 다해 한 마디씩을 짜내 듯 인삿말을 시작했다. 지난 달 30일 오전 광주시 북구 두암동 광주오방자립센터에서 열린 영화 설명회에서였다. 최씨는 장애인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기획한 하정완 ㈜조이래빗 대표에게 “보잘 것 없는 나를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해 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최씨는 1일 개봉된 <나의 특별한 형제>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실존 인물이다.

최씨는 7년 전 영화 제작사 대표인 하씨를 처음 만났다. 전신 마비 장애인인 최씨가 장애인 복지시설의 동료 원생 박종열(48·발달장애인)씨의 도움으로 광주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방영된 직후였다. 하 대표는 “장애인도 똑같이 욕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동안 장애인들에게 가졌던 편견도 많이 깨졌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그는 최씨에게 “장애인들을 대상화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승규형, 늦었지만 약속지켰잖아.”

최승규씨
최승규씨
<나의 특별한 형제>는 최씨의 삶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다. 최씨처럼 목 아래론 털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전신 지체장애인(신하균 분)과 5살 수준의 발달장애인(이광수 분)이 서로에게 머리가 되고 몸이 된 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다룬 작품이다. 육성효 감독은 영화 제작 전 광주를 찾아와 최씨를 10여 차례 만났다. 때론 일주일동안 함께 지내며 생활의 미세한 부분까지 이해하려고 힘을 쏟았다. 최씨는 “감독의 관찰력이 대단하더라. 함께 지내면서 메모도 하시고, 또 전화해 물어보시고…”라고 말했다.

최씨는 21살 때부터 가족을 떠나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살았다. 광주대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한 뒤 대학 입학을 주저하던 그를 도와 준 사람은 동료 원생 박씨였다. 박씨는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발달 장애인이지만 다리가 튼튼하고 건강했다. 최씨는 박씨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대학공부를 시작해 2006년 2월 졸업했고, 사회복지사(2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최씨는 가톨릭심리상담사 1급에 도전할 계획이다.

최승규씨 활동보조인 김두철(왼쪽)씨와 김기남씨는 최씨가 거주하는 장애인 시설을 찾아가 자원봉사를 하다가 만나 활동보조인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최씨에게 ‘특별한 형제’들이다.
최승규씨 활동보조인 김두철(왼쪽)씨와 김기남씨는 최씨가 거주하는 장애인 시설을 찾아가 자원봉사를 하다가 만나 활동보조인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최씨에게 ‘특별한 형제’들이다.

최씨 삶을 모티브로 다룬 이 영화가 개봉되기까진 난관도 만만치 않았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장애인 인권운동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고민했다. 장애인의 삶을 다룬 작품이어서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일부 배우들은 출연을 고사했다. 외화 한 편이 영화관 10곳 중 9곳을 ‘점령’해 상영관을 잡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예매율 2위를 기록하며 초반 순항중이다. 광주 인화학교 청각장애인 성폭력 문제를 제기했던 김용목 목사는 “영화 <도가니>는 사회적 의미를 지닌 고유명사가 됐다. 이번 장애인 영화도 장애인 정책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장애인 협력적 삶 담담히 그린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실존 인물
전신 마비로 손발 자유롭지 않아
발달장애인 도움으로 석사 학위도

영화 계기로 장애인 정책 변화 기대
1일 개봉…예매율 2위 흥행 기대감

최승규씨가 지난달 30일 오전 광주시 북구 두암동 광주오방자립센터에서 김용목 목사, 하정완 ㈜조이래빗 대표(맨 오른쪽) 등과 영화 제작 경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승규씨가 지난달 30일 오전 광주시 북구 두암동 광주오방자립센터에서 김용목 목사, 하정완 ㈜조이래빗 대표(맨 오른쪽) 등과 영화 제작 경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영화는 최씨가 장애인 거주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끝난다. 최씨는 수년 전부터 자립생활을 원했지만 노모(81)의 반대로 결행을 미뤘다. 그러다가 1년 7개월 전 장애인 공동체 시설을 나와 39.66㎡(12평) 규모의 영구임대 아파트로 옮겼다. 최씨는 “이젠 꽁지머리를 할 수도 있고 옷도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행복하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최씨는 센서기를 아랫턱으로 조정해 전동 휠체어를 운전하는 방안을 처음으로 고안해 자립생활을 끌어가고 있다. 아이디어가 뛰어나 전동휠체어에 아이패드를 달아 입에 센서기를 물고 작동시킨다.

2006년 2월 박종열씨가 휠체어를 밀며 최승규씨와 함께 광주대 졸업식장에 가고 있다.
2006년 2월 박종열씨가 휠체어를 밀며 최승규씨와 함께 광주대 졸업식장에 가고 있다.
최씨의 활동보조인들은 ‘특별한 형제’들이다. 자원봉사를 하다 만난 두 사람이 각각 하루 7시간씩 최씨를 돕는다. 최씨의 꽁지머리와 옷맵시 등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도 활동보조인 김두철(70)씨의 미적 감각 때문이다. 김씨는 “손발이 자유롭지 않는데도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활동보조인 김기남(52)씨도 “26살 때 자원봉사를 갔다가 처음 만난 승규와는 이후 친구로 지내왔다”고 말했다. 최씨는 서울에서 열리는 장애인 포럼에 참석하는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인권 활동가다.

지난달 30일 광주오방자립지원센터에서 장애인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주인공 실존 인물인 최승규씨와 장애인들이 영화 소개 영상을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광주오방자립지원센터에서 장애인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주인공 실존 인물인 최승규씨와 장애인들이 영화 소개 영상을 보고 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은 만만치가 않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그는 야간에는 활동보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혼자 버텨야 한다. 광주광역시에서 탈시설 자립생활을 하는 중증장애인 23명 중 10명에게만 24시간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지원된다. 광주시 쪽은 “추경 때 예산을 편성해 하반기부터 20명에게 24시간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손발을 움직일 수 없어 밤에는 꼼짝도 못하는데 호흡기질환자와 근육장애인에게만 24시간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가 제공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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