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정신질환자 맞춤형 지원 및 관리를 위한 지역통합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유관기관 업무협약식이 2일 경남도청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윤인국 경남도 복지보건국장, 김창룡 경남지방경찰청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철순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김성곤 경남소방본부장. 경남도 제공
정신질환자 인권 보호와 시민 안전 문제가 충돌하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진주 아파트 참사’ 등 최근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고를 잇달아 겪은 경남 지역사회가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경남도·경남지방경찰청·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2일 경남도청 소회의실에서 ‘고위험 정신질환자 맞춤형 지원 및 관리를 위한 지역통합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유관기관 업무협약’을 맺었다. 경상남도는 정신건강복지사업의 총괄 기관으로서 총괄적인 대책을 세우고, 기관 연계체계의 틀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신속하고 적극적인 현장조처로 정신질환자 범죄 예방에 나선다.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24시간 비상체계 유지를 통해, 정신질환자의 응급상황 발생하면 현장 출동해 적극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협약식에선 협약 내용보다, 정신질환자 관련 기관들이 현장에서 겪는 정신질환자 인권과 시민 안전 문제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모아졌다.
지난해 말 현재 경남도내 중증 정신질환자는 5만9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고가 최근 잇따르면서, 시민 안전을 위해 이들의 보호 및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정우 한국정신요양시설협회 경남지회장은 “정신질환자가 병원에서 퇴원하거나 시설에서 퇴소하면, 병원과 시설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보고해서 등록시켜야 한다. 그런데 정신질환자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오 지회장은 또 “보호자 없는 정신질환자는 혼자 방치되는 일이 잦다. 현행 제도에서는 누구도 보호자를 대신할 수 없다. 보호자 없는 정신질환자에겐 자치단체장이 보호자 책임을 맡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정신재활 훈련시설의 확충과 관련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같은 맥락이다. 정신재활 훈련시설인 벧엘클럽하우스의 송흥식 원장은 “정신질환자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병원 퇴원시 정신재활 훈련을 받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경남 통틀어 정신재활 훈련시설이 4곳 뿐이고, 창원 등 큰 도시엔 아예 없다”고 했다. 김명주 한국정신재활시설협의회 부산·울산·경남 부회장도 “퇴원·퇴소를 앞둔 정신질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의 정보를 지역사회와 연계해 제공해줘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이 사설 응급이송차량을 이용해 정신질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서울 지역 한 자치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제공
지방정부의 고충도 없지 않다. 윤인국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은 “정신질환자 관련 시설 신축 및 확충, 인력 충원과 예산 확보는 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지역주민들의 반발이다. 창원시 등 여러 시·군이 계획을 세워 놓고도 민원 때문에 위치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러나 환자 관리 강화는 필연적으로 인권 가치와 충돌할 우려를 낳는다. 고민은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이철순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공공의 힘이 현장에 들어가면 인권과 민원의 충돌은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현장 실무자에게만 떠맡겨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정신질환자 인권과 주민 안전 문제의 충돌을 막고 균형을 잡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한발 늦게 반응할 수 있다. 제도 개선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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