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전남대 사회과학대학 1층에 문을 연 윤상원 방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을 지냈던 고인의 삶의 이력이 연보로 적혀 있다.
“이제 너희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우리들이 지금까지 한 항쟁을 잊지말고 후세에도 이어가길 바란다.”
2일 처음 문을 연 전남대 사회과학대학 본관 1층의 ‘윤상원 길’에 적힌 글이다. 전남대 정치외교학과출신인 윤상원(1950~80) 열사가 1980년 5월26일 밤 계엄군의 진압을 앞두고 청년들에게 했던 마지막 연설 중 일부다.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은 이튿날 새벽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산화했다.
전남대는 이날 윤상원 열사 기념홀 개관식을 했다. ‘윤상원의 방’은 그가 활동했던 들불야학이 있던 옛 광천동 성당 교리실의 건물을 떠올릴 수 있도록 조성됐다. 방 내부엔 고인의 삶의 기록이 연보 형태로 사진과 함께 게시돼 있다. 윤상원의 방 앞 복도는 윤상원 길로 꾸며졌다. 윤상원 길 천정은 민주화와 역사의 빛이 된 고인의 삶과 여정을 담기 위해 물결 문양의 빛으로 형상화됐다. 정병석 전남대 총장은 “시대의 어둠을 밝혔던 윤상원 열사의 용기와 민주화를 향한 소망을 기억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복 윤상원기념사업회 이사장은 “5·18 때 죽음을 선택해 5·18민주화운동을 역사에서 살아남게 한 고인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윤상원 방과 멀지 않은 곳에 김남주(1945~94) 시인의 기념공간이 생긴다. 전남대는 3일 오후 5시 인문대학 1호관에서 김남주 시인 기념홀(70평·231㎡) 개관식을 연다. 510편의 시를 남긴 김남주(2010년 영문과 명예졸업) 시인은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대표적인 전사시인으로 꼽힌다. 시인의 기념홀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인문대학 1호관 호 113강의실에 자리한다. 1층 기념홀 들머리에 이이남 작가가 김남주의 삶과 작품 세계를 소재로 만들어 기증한 비디오 아트 작품이 걸려 있다.
전남대 김남주 시인 기념홀엔 김남주 시인이 생전 감옥에서 담뱃갑 속 은박지에 눌러 썼던 시가 전시돼 있다.
기념홀 내부는 1955년 건축 당시 사용했던 목재를 천정에 그대로 돌출시켰다. 다목적 기념 강의실에서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복층형 공간이 나온다. 이 곳엔 김남주 시인이 감옥에서 화장지와 담뱃갑 은박지에 꾹꾹 눌러 쓴 시와 편지 등이 전시돼 있다. 시인이 생전 직접 읽어 녹음한 시 23편을 오디오로 들을 수 있다. 김양현 인문대 학장은 “시민들이 힘을 보태 시인의 정신과 삶의 태도, 문학적 유산을 기억할 공간을 조성해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전남대가 2017년 5월 사회과학대학 앞 동산에 마련한 윤상원 열사의 흉상.
‘윤상원 길’ 천정은 민주화와 역사의 빛이 된 고인의 삶과 여정을 담기 위해 물결 문양의 빛으로 형상화됐다.
김남주 기념홀 내부에는 시인이 감옥에서 화장지와 담뱃갑 은박지에 꾹꾹 눌러 쓴 시와 편지 등이 전시돼 있는 복층형 공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