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군은 6월부터 전국 처음으로 한해 60만원의 농민수당을 1만5000여 농가에 지급한다. 해남군청 제공
오는 6월 전남 해남을 시작으로 농민수당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지난 6·13지방선거 때 시장·군수 후보자 60여명이 이를 공약한 바 있고 정치권도 제도화 방안을 내년 총선공약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남 해남군은 “다음 달부터 전국 처음으로 농민수당을 지급하겠다”고 3일 밝혔다. 군은 이날 ‘시범사업으로 추진이 가능하다’는 보건복지부의 협의 공문을 받았다. 농민수당을 농업정책으로 추진했으나 사회보장이라는 이견이 불거지자 협의를 진행했다.
제도적 걸림돌이 해소됨에 따라 군은 오는 10일까지 마을별로 농민수당 신청을 받는다. 이어 6월 말까지 농가 1만5000곳에 한해 60만원의 상품권을 농협을 통해 지급한다. 이를 받는 농민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논·밭둑 등 농지의 현상 유지, 적정한 가축 사육밀도 준수, 안전한 먹거리 생산 활동 등의 의무를 진다.
군은 1년 동안 각계 20여명으로 농민수당추진위를 구성해 범위 액수 등을 정리했고 조례 제정과 예산 확보에 공을 들였다. 전국에서 가장 경지면적이 넓은 해남의 농민수당 도입은 농민들한테 상징적인 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경북 상주, 강원 원주, 경기 여주, 전북 고창, 충남 부여, 경남 진주 등 100여 곳의 지자체에서 해남의 사례를 따라 배우고 있다. 인근 전남 함평·광양·화순은 연말 안에 120만원 안팎의 농민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군 농정과 관계자는 “농민수당은 선심성 예산이 아니라 국민의 식량 창고인 농촌에서 인구가 줄어들고 농지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수단”이라며 “농업지역의 관심이 지대해 전국 확대는 시간문제로 느껴진다”고 했다.
전북 전남 경기 충남 등 광역단체도 내년에 농민수당을 도입하기 위해 용역을 하거나 조례를 준비 중이다. 민주당 정의당 민중당 등 정당들은 내년 총선에서 농민수당을 공약하는 방안을 가다듬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농업지역 출신 의원이 많아 법제화에 적극적이고, 자유한국당의 농촌 출신 의원들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형대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빗장을 풀었고 정치권도 관심이 높기 때문에 농민수당이 금세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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