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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서 흐르던 피 보고 쓰러져”…광주 고교생들이 겪은 5·18

등록 2019-05-03 20:06수정 2019-05-03 20:11

서석고 5회 <5·18, 우리들의 이야기> 출간
서석고 3학년 61명이 겪었던 경험담 모아
5·18기념재단 공모사업 2년 연속 선정 출판
계엄군 ‘편의대’ 증언·고교생 시민군 등 다양
총상을 입은 당시 광주 서석고 3학년 전형문이 시트에 누운 채 이동 중이고, 왼쪽 손목에 수건을 묶은 친구 김동률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5·18, 우리들의 이야기> 본문 268쪽)
총상을 입은 당시 광주 서석고 3학년 전형문이 시트에 누운 채 이동 중이고, 왼쪽 손목에 수건을 묶은 친구 김동률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5·18, 우리들의 이야기> 본문 268쪽)
“또다시 총소리가 들렸다.”

1980년 5·18 당시 고3이었던 전형문(57)씨는 옛 전남도청 앞 계엄군의 집단발포 현장에 있었던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총을 피하기 위해 막 뛰려던 참이었다. 왼쪽 옆구리 아래 배 부분이 이상했다. 처음에는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가 잠시 후 통증이 밀려왔다. 전씨는 “쳐다보니 피가 흐르고 있었다. 곧바로 쓰러져버렸다”고 회고했다. 계엄군의 총탄은 지금도 몸 안에 남아 그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광주 서석고 3학년 학생 61명의 5·18 경험을 기록한 <5·18, 우리들의 이야기>(심미안)가 출간됐다고 3일 밝혔다. 서석고 5회 동창회가 5·18기념재단의 공모사업에 2년 연속 선정돼 나온 결과물로 456쪽 분량이다.

계엄군 ‘편의대’의 구체적 활동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보안사령부가 낸 <제5공화국전사> 등에 나오는 편의대는 5·18 당시 시위대 대원으로 위장하고 주동자 체포, 선무공작 등의 업무를 수행했던 특수부대원들을 일컫는다. 오일교씨는 편의대원에게 붙잡혀 20일 동안 구금됐다. “스포츠형 머리의 30대 청년이 같이 가자면서 따라왔다. 상무대를 지나 서창다리에 이르렀다. 다리 앞에 검문소가 있었다. 근무 중이던 4명의 군인이 우리에게 왔다. 그때였다. 함께 갔던 30대 청년이 권총을 꺼내 내 옆구리를 찔렀다.” 오씨는 “그 청년이 군인들에게 신분증을 보이더니 나를 인계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회상했다.

“갑자기 우리 초소에도 총알이 날아왔다. 나는 얼마나 놀랐던지 수류탄이 터진 줄 알았다. 반사적으로 우리들은 초소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이제 죽었구나…” 임영상(57·서석고 5회 동창회장)씨는 5월27일 새벽 계엄군이 옛 전남도청으로 진입하자 도주했던 기억을 뚜렷하게 기억했다. 임씨는 “총성이 울려 퍼지고 도청 본관 뒤쪽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 비명소리, 계엄군의 고함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온갖 소리는 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고 적었다.

광주 서석고 3학년 학생들의 5·18 경험을 기록한 <5·18, 우리들의 이야기>(심미안).
광주 서석고 3학년 학생들의 5·18 경험을 기록한 <5·18, 우리들의 이야기>(심미안).
이밖에도 5·18 가두방송으로 유명한 전옥주씨의 옆집에 살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던 기억, 고문을 당하면서도 함께 시위에 참여했던 자신을 지켜준 친구의 죽음 등 생생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임씨는 “최근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책을 냈다”고 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심미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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