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생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가 6일 광주 망월동 옛 518묘지에서 조선대생 이철규군 어머니 황정자씨를 위로하고 있다.
“보기도 아까운 내 아들 철규~야.“
6일 오후 1시 광주 망월동 옛 5·18묘지. 조선대생 이철규 열사 30주기 추모제에서 어머니 황정자(85)씨가 인사를 하던 중 설움에 겨워 아들을 불렀다. 거동이 불편해 힐체어로 이동한 황씨는 봉분 앞에 앉은 채로 만장 50여개로 둘러싸인 아들의 묘지를 바라보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멀리서 달려온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원 30여명이 백발의 황씨를 끌어안고 위로했다. 연세대생 이한열군의 어머니 배은심(78)씨는 “엄마 울지 말아요”라며 맞잡은 두손을 오래 놓지 못했다. 배씨는 “아들이 없는 세상에 푸른 새싹이 나는 것도, 이쁜 봄꽃이 피는 것도 견디기 어려웠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생 조성만군의 아버지 조찬배(82)씨도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꿋꿋하게 살자고 다짐하지만 무덤 앞에만 서면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이날 망월동을 찾아온 유가족들은 아픔을 삭이며 슬픈 운명을 같이하는 서로를 다독였다. 그들은 80~9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함께 연대하며 가족 이상의 다정함을 이어왔다.
추모객들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어버이들을 위해 조촐한 어버이날 행사를 따로 마련했다. 이들은 유가족들 앞에서 ‘어머니의 노래’를 합창한 뒤 카네이션을 정성껏 달아드렸다. 세상을 떠난 아들들을 대신해 홍삼 선물도 잊지 않았다. 광주교대 김준식씨는 “열사들의 뜻을 이어 받아 모두가 존중받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묘지 앞에서는 보기 드문 율동이 진행되고 나서야 유가족들의 굳어있던 표정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대학생 20여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좌우로 흔들고 앞뒤로 돌아가는 몸짓을 펼치자 유가족석에서 박수가 나왔다. 공연을 끝낸 대학생들이 배꼽인사로 “건강하세요”를 외쳤다. 유가족들은 “사랑합니다”라고 손을 흔들었다.
유가협 장남구(77) 회장은 “오래 전에 죽은 아들한테 꽃을 받은 것처럼 기쁘다. 그리움으로 살아가는 우리를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이해 주어 고맙다”고 웃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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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광주 망월동 옛 518묘지에서 열린 민족민주열사 어버이날 행사에서 유가족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