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중랑천을 횡단할 수 있는 경춘철교에서 경기도 구리까지 이어지는 ‘경춘선숲길’이 첫 삽을 뜬 지 7년만에 완전히 연결됐다. 이른바 ‘연트럴파크’로 불리며 서울 마포구의 명물로 자리잡은 경의선숲길처럼 주민들의 쉼터이자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순차적으로 개통해온 경춘선숲길 1∼3단계 구간에 이어 공릉동 신공덕역(2010년 폐역) 인근 400m(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입구∼공덕제2철도건널목) 구간을 연결해 오는 11일 정식 개방한다고 9일 밝혔다. 이 구간은 행복주택 건설공사로 중간이 끊어진 채 미완으로 남아있었다. 이로써 2010년 폐선된 경춘선 부지가 온전한 숲길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경춘선은 2010년 12월 무궁화호 열차 운행을 중단으로 폐선된 뒤 쓰레기 무단 투기, 무허가 건물 난립 등으로 방치됐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도시재생사업을 벌여 옛 기찻길과 구조물을 보존해 철길의 흔적은 살리면서 나무와 꽃을 심은 선형 숲길로 조성했다. 모두 6㎞ 길이로 경춘철교를 시작으로 서울시와 구리시 경계까지 이어진다. 숲길을 따라 걸으면 약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경춘선숲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입구∼공덕제2철도건널목 400m 구간. 서울시 제공
마지막으로 개통된 400m구간은 애초 1단계 개통 구간에 포함됐으나 빠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5년부터 조성해온 행복주택 부지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국유지인 이 구간을 숲길로 조성하기 위해 엘에이치와 지속적으로 협의한 끝에 지난 4월 이 구간에 대한 관리·보수를 시가 담당하는 조건으로 무상사용을 약속받았다.
경춘선숲길 1단계 구간(공덕제2철도건널목~육사삼거리)은 단독주택 밀집지역이었지만, 이제는 카페들이 모여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2단계 구간(경춘 철교~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입구)은 시민이 직접 가꾼 텃밭과 살구나무, 앵두나무 등 유실수와 향토수종 등 다양한 수목으로 정원이 조성됐다. 3단계 구간(육사삼거리~구리시 경계)은 옛 화랑대 역사와 숲속 철길이 생겼다. 3단계 구간에 있는 등록문화재 제300호인 옛 화랑대 역사에는 무궁화호 경춘선 노선도, 옛 승무원 제복, 차표 등 옛 열차풍경을 재현해 놓은 전시공간도 마련됐다.
경춘선숲길이 마포구의 경의선숲길처럼 유명세를 얻을지도 관심사다. 다만 경춘선숲길 인근 공릉동에는 시장, 식당, 카페 등 일부 상권이 형성됐지만, 홍대·신촌과 같이 큰 상업지구가 없고,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관광지보다는 인근 주민들을 위한 쉼터로 자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시내에 숲길을 조성하는 것은 단순히 시민들에게 걷는 장소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 기억을 공유하고, 미세먼지 등 각종 환경 문제에도 대처하는 종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며 “특히 이번 전 구간 개방으로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경기도 남양주를 거쳐 강원도 춘천까지 갈 수 있는 자전거길이 연결돼 서울의 새로운 자전거 코스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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