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가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잘 알려진 배다리마을 내 건물 파사드(건물 정면 외벽) 경관개선 사업을 추진하자 해당지역 주민들이 건물의 시대적 가치와 특성을 외면한 획일적 사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배다리위원회 제공
개항기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인천 배다리마을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의 배다리관광지 조성사업이 마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지역 22개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이 모인 ‘배다리위원회’는 9일 인천시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다리마을을 볼거리 중심의 관광지로 꾸미려는 계획 속에 마을의 정체성이 왜곡·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축물의 시대적 가치와 특성을 고려한 개선이 아니라 건물 정면 외관만 철제 덮개나 타일 벽돌 등으로 감싸는 획일화된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해 문화를 되려 훼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구는 배다리마을 내 건물의 외관 파사드(건물 정면 외벽) 경관개선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협궤 철도인 수인선 옛 철로변 주변 건물을 철거하고 ‘3.1운동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비롯해 박경리 기념조형물과 각종 캐릭터 조형물 설치 등의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배다리위원회는 “철로 변 마을 주민들을 내쫓고 건물을 철거해 공원을 짓는 것이 3·1운동과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동구의 관광지 조성계획이 해당지역 주민 삶보다는 외부 관광객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눈요기 중심에 불과하다. 늘어나는 방문객이 주민의 삶에 어떤 보탬이 될지도 확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에 따라 상인과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도 우려했다. 민운기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는 “동구는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업을 주민을 배제한 채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배다리의 역사 문화 정체성을 왜곡시키는 계획에 맞서 ‘마을 지키기’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금창동과 송현동 일대를 일컫는 배다리마을은 개항 이후 일본인에게 밀려난 조선 사람들이 거주하던 지역으로,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엔 지은 지 백년이 넘은 인천 최초의 공립보통학교인 창영초등학교(1907년 설립)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학교인 영화초등학교(1892년 설립), 조선인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공장 등 근대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다. 헌책방 거리와 문화·전시·예술 공간이 들어서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마을로도 유명하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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