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버스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가 열린 9일 서울시 은평 공영차고지에서 버스 기사들이 투표하고 있다. 이날 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됨에 따라 오는 15일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은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연합뉴스
전국 주요 도시의 ‘버스 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인력 충원과 임금 보전 문제 등을 놓고 빚어진 전국 주요 도시 버스 노동자의 파업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됐기 때문이다. 지방노동위원회 조정과 노사 간 최종 협상이 남아 있지만, 이마저 결렬되면 오는 15일부터 버스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버스요금을 현실화하라’고 지방정부를 압박했다.
9일 전국 주요 도시 버스노동조합과 지방정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 경기, 부산, 대구, 광주, 울산, 충북 청주, 충남, 전남 등 지역 버스업체 노조는 8~9일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80%대가 넘는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인천 지역은 10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지역별 찬반투표 결과가 모두 나오는 10일 이후 긴급회의를 열어 최종 파업 결의와 파업 시기,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기서 파업이 결정되면 지방노동위원회의 최종 조정이 끝나는 15일부터 합법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15일까지 몇차례 조정회의가 열리지만, 노사 간의 입장차가 워낙 커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파업이 이뤄지면 전국적으로 2만대가량의 버스가 멈춰 서게 된다.
지난달 29일 쟁의조정을 신청한 버스사업장은 전국 479곳 가운데 절반가량인 234개 사업장이다. 쟁의조정은 임금·노동시간·해고 등 노동조건을 두고 노사의 의견이 어긋날 때 노동위원회에서 절충점을 찾아 조정을 돕는 절차다. 지역을 기준으로 하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2개 시·도다.
버스 파업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와 추가 인력 채용이다. 자동차노조는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근무 일수 단축에 따른 버스 운전기사들의 임금 감소가 심각하다. 경기도 버스운전사의 경우 월 80만~110만원가량의 임금이 줄어든다”며 “인력충원 및 임금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용자들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버스회사들은 노조 주장대로 임금을 보전하고 운전기사를 추가 채용하면 인건비 증가를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각 지방정부가 버스요금 현실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국토교통부 회의실에서 버스노조 파업과 관련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부단체장 간담회를 열어 “현실적으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원만으로는 모든 부담을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동결한 버스요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지역 여론 등을 고려해 요금 인상에 난색을 보이며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정부 정책에 따라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는 만큼 1천억∼2천억원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면 요금 인상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요금 인상이나 준공영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정부의 재정지원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버스회사 적자 보전 등을 위해 추경예산 530억원을 편성하고 정부에 재정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2014년 법령 개정으로 버스 운송사업에 대한 국고 지원 근거가 사라졌다며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 중이다.
박경만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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