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석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바이러스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가까운 중국과 베트남에서 대규모로 발병하는 상황이라 정부는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하며 혹시 모를 감염병 발생에 긴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뒤 몽골·베트남 등 주변국으로 확산하고 있고, 불법 휴대축산물에서 이 병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는 등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133건), 베트남(211건), 몽골(11건), 캄보디아(7건)을 비롯해 전 세계 46개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돼지 전염병이다. 아직 예방백신도 없는 축산 농가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질병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발생한 적이 없다.
돼지의 분비물뿐 아니라 죽은 돼지의 혈액과 조직에도 바이러스가 활발하게 생존하기 때문에 돼지고기가 포함된 음식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최근 국내로 들어온 중국산 휴대축산물 중 15건(소시지 8건, 순대 3건, 만두 1건, 햄버거 1건, 훈제돈육 1건, 피자 1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전자 흔적이 확인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휴대축산물을 불법으로 국내에 반입하면 첫 위반 시 벌금을 현재 1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리고, 3회 위반 시 벌금도 1천만원으로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중국 여행객이 많은 제주공항에 수화물 검색 전용 엑스레이(X-ray) 모니터를 설치하고, 검역 탐지견을 8마리로 늘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 노선에 집중해 투입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직접 구매해 국내로 오는 국제우편 등 특급탁송화물을 전량 검사하고, 해외 직접구매 인터넷 판매 누리집도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해외여행을 한 양돈 업자와 근로자 명단도 파악해 사전에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양돈 농가에서 돼지에게 먹고 남은 음식물을 주는 행위도 제한한다. 농가에서 남은 음식물을 직접 처리해 돼지에게 먹이는 것도 제한하고 전문처리업체의 남은 음식물을 먹이는 것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바이러스 숙주 역할을 할 수 있는 야생멧돼지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 감염되는데 야생멧돼지는 감염돼도 임상 증상이 없어 바이러스 보균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 돼지 외에도 이 바이러스를 보균한 물렁 진드기가 돼지나 야생멧돼지를 물어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환경부와 함께 포획틀과 울타리를 설치하는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죽은 야생멧돼지 사체를 신고하면 주는 포상금 액수도 현재 1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아프리카돼지병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대국민 당부 사항도 발표했다. △발생국 여행 시 축산 농가 방문 자제 △발생국 방문 뒤 5일간 국내 축산 농가 방문 금지 △해외에서 국내 입국 시 축산물 휴대 반입 금지 △국내 거주 외국인 모국 방문 시 소시지나 만두, 피자 등 축산물 휴대하거나 국제우편으로 반입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오병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우리나라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이 병의 바이러스는 냉동·가공식품에도 살아남을 만큼 생존력이 강하고 전염성도 높기 때문에 당부한 행동수칙을 꼭 준수해달라”고 강조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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