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수요자들에게 새 아파트 마련 기회를 더 주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부산 역세권에 짓는 아파트 분양가는 가파르게 올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이 멀어지고 있다. 이런데도 부산시는 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에 계속 건의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3일 수도권의 1군 대형건설회사가 부산도시철도와 이웃한 이른바 ‘동래·금정구 역세권’에 분양한 아파트 5곳의 분양가를 비교해보니, 최근 5년 동안 분양가가 많게는 57.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 동안 부산의 물가상승률 6.8%에 견주면 8배나 오른 것이다.
2014년 3월 분양한 래미안장전 116㎡(35평형) 10층 최고가격이 3.3㎡당 1045만원(발코니 확장비 미포함)이었으나 13일 1순위 청약에 들어간 힐스테이트 명륜 2차 117㎡(35평형) 10층 최고가격은 3.3㎡당 1650만원(발코니 확장비 미포함)이다. 래미안장전보다 5년 늦게 분양에 들어간 힐스테이트 명륜 2차 분양가가 3.3㎡당 605만원(57.8%)이나 비싸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동래래미안아이파크 112㎡ 10층 최고가격은 3.3㎡당 1605만원(발코니 확장비 미포함)인데 래미안장전보다 4년 7개월 만에 3.3㎡당 560만원(53.5%)이나 올랐다.
이런 분양가 상승은 부산에선 이례적이다. 입지가 비슷한 5개 아파트 가운데 래미안장전을 뺀 4개 아파트가 정부의 이중삼중 주택규제를 받는 동래구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2016년 11월 부산의 16개 구·군 가운데 청약경쟁률이 최고 500대 1을 넘겼던 동래·해운대·연제·남·수영구 등 5곳을 투기과열우려지구로 지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들 지역을 청약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으로 잇달아 지정해 1순위 청약조건과 은행대출 규정을 까다롭게 했다. 이에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11일 힐스테이트 명륜 2차 본보기주택에서 만난 무주택자 박아무개씨는 “조정대상지역이어서 분양 신청을 하려고 했으나 발코니 확장비 등 유상 옵션비용까지 포함하면 3.3㎡ 1700만~1800만원대여서 분양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실수요자들을 보호하려면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조정대상지역 등을 해제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자꾸 건의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부산의 조정지역은 7곳까지 늘었으나 국토교통부가 부산시의 건의를 받아들여 연제·남·부산진구와 기장군 등 4곳은 해제하고 현재 동래·수영·해운대구 등 3곳만 조정지역에 묶어 두고 있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규제를 해도 분양가가 높으면 현금 보유가 적은 실수요자들은 대출 부담이 커져서 망설일 수밖에 없다. 분양가 상한제를 풀면 되레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될 우려도 있으므로 주택조정지역 무주택자들에게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대출규모는 늘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