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가 조성한 ‘하늘길’이라는 이름의 산책 코스. 바로 옆에 산사태 취약지역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강원랜드가 운영 중인 산책코스가 안전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녹색연합은 14일 보도자료를 내어 “강원랜드가 국유림 지역에 산책코스를 조성·운영하면서 산림을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다. 산사태 위험지구에 노선을 통과시키고, 산불 조심 기간 입산 통제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는 2011년부터 ‘하늘길’이라는 이름의 산책로 40㎞를 조성했다. 과거 석탄을 나르던 옛길인 ‘운탄고도’를 활용한 코스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발 1100m가 넘는 고지에 위치하면서도 평평하게 난 산길이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카지노와 리조트 이용자들에게 산불비상 대책 기간에는 하늘길이 통과하는 백운산 일대의 산책코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하지만 이 코스를 무단으로 개방하고 있다고 녹색연합은 지적했다.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지난 3월부터 5월12일까지 모니터링한 결과, 입산 통제가 무색할 정도로 아무 때나 입산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산림청의 전국산불대책 입산 통제 지도에는 백운산 일대가 2월1~5월15일까지 입산 통제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를 어기면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산불비상 대책 기간 입산 통제에는 닫혀 있어야 하는 임도도 열려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랜드가 조성·운영 중인 산책코스 ‘하늘길’ 어귀.
특히 녹색연합은 탐방객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늘길 코스 중간에 산사태 위험지역이 2곳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녹색연합은 안전을 위해 산사태 위험지역에 산책코스를 조성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강원랜드는 산책코스를 운영하면서 산불 예방과 산사태 위험을 무시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산림청이 나서서 책임 있게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쪽은 “산림청에서 연 2회 이상 운영사항을 점검받고 있고, 탐방객이 많이 이용하는 구간에 2명의 직원을 배치해 산불 감시와 입산 통제를 하는 등 산불 예방과 산사태 위험에 따른 조처를 하고 있다. 앞으로 필요한 시설·인력은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사진 녹색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