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이 작성한 ‘스티렌모노머’ 관련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내용. ‘실온 이상에서의 보관이나 사용을 피할 것’ 등 스티렌모노머 사용 시 유의사항이 적혀있다.
스티로폼 원료 등을 생산하는 충남 서산의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지난 17, 18일 이틀 연속 발생한 기름증기(유증기) 유출 사고와 관련해 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는 물질이 평소보다 다량 섞여 고온으로 관리된 탱크에 보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물질은 실온 이상에서 열을 내뿜을 수 있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공장 쪽 과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일 충남 서산시청에서 열린 ‘대산공단 환경안전대책 관계자 회의’에 참석한 윤영인 한화토탈 공장장은 “(사고 난 잔사유 보관) 탱크의 내부 온도를 50∼60℃로 관리해왔지만, 17일 정오께 탱크 온도가 65℃를 넘어 삽시간에 10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60℃ 정도로 유지하던 탱크의 온도가 갑자기 오르자 온도를 낮추기 위해 탱크 안에 소화 약제를 주입했다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유증기가 유출됐다는 것이 한화 쪽의 설명이다.
환경부는 ‘스티렌모노머’를 합성한 뒤 남은 물질을 보관하는 탱크에서 이상 반응으로 열이 발생해, 탱크 안에 저장된 유기물질이 유증기로 변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티렌모노머는 스티로폼 등 합성수지를 만들 때 원료로 쓰이는 액체물질이다.
한화 관계자는 “스티렌모노머를 생산하면서 나오는 잔사유(남은 찌꺼기)에 미량의 스티렌모노머가 섞여서 잔사유 탱크로 넘어가는데, 탱크 안에 평소보다 많은 잔사유가 있었다. 4년에 한번하는 보수기간을 마치고 전체 공장 가동률이 낮아진 상황이다. 저장된 잔사유를 공장 가동에 필요한 보일러 연료로 쓰는데, 공장 가동률이 낮아 잔사유 사용량이 평소보다 적었고, 그 안에 있던 스티렌모노머도 평소 때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화토탈이 작성한 스티렌모노머에 대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보면, 해당 물질에 대해 “실온 이상에서의 보관이나 사용을 피할 것. 65℃ 이상의 온도와 접촉을 피할 것”이라고 돼 있다. 저온 보관돼야 할 스티렌모노머가 평소 50∼60℃로 유지하는 잔사유 보관 탱크 안에서 이상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토탈 노조 등은 “평균 10℃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 스티렌모노머를 고온 탱크로 보내면서 탱크 내부 온도가 올라 폭발성 유출이 일어났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운전미숙으로 에틸벤젠과 파라-에틸벤젠의 분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파라-에틸벤젠 성분이 8%까지 상승하고, 이 상태로 스티렌모노머 반응기로 공급되어 탈수소화 반응으로 디비닐벤젠 농도가 1000ppm 이상까지 상승해 스티렌모노머 제품 회수 설비가 막히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상적으로 스티렌모노머 제품 회수가 불가능하게 되자 스티렌모노머를 공정을 우회해 사고가 발생한 레지드 탱크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스티렌모노머는 저장 시 평균 상온 10℃ 이하에서 관리해야 하고 온도상승 시 중합 반응으로 수지 성분이 증가해 그로 인한 발열로 연쇄적인 수지성분 증가와 온도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화토탈 관계자는 “사고가 났던 탱크는 스티렌모노머를 보관하는 탱크가 아닌 레지드 잔사유 탱크다. 스티렌모노머탱크는 따로 있고, 실온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 ‘왜 스티렌모노머가 잔사유 탱크로 갔느냐’하는 부분이 이번에 조사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며 “사고가 난 날만 가게 됐는지 아닌지 등을 포함한 내용에 대해선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 뒤 어지럼증, 구토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서산 지역 주민은 20일 현재까지 6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예린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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