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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군 지도자의 유골이 법정으로 간 까닭은?

등록 2019-05-24 05:00수정 2019-05-24 19:54

일본서 돌려받은 유골 안장 앞 둬
진도군 “토양성분 일치…반환 요구”
1996년 국내로 송환된 ‘한국 동학당 우두머리’라는 한자가 새겨진 유골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제공
1996년 국내로 송환된 ‘한국 동학당 우두머리’라는 한자가 새겨진 유골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제공
일본에서 돌려받은 동학군 지도자의 유골을 기념사업회가 전주시에 안장하려 하자 진도군이 반환 소송에 나섰다.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125년 전 동학농민혁명 때 숨진 뒤 일본과 국내를 떠돌며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무명의 동학군 지도자를 전주에 안장한다”고 23일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오는 6월1일 전주역사박물관에서 발인한 뒤 전라감영과 풍남문을 거쳐 완산공원 녹두관까지 꽃상여로 운구한다. 이어 완산칠봉 격전지에 세워진 전주동학혁명기념 녹두관 앞에서 진혼제를 지내고 안장하기로 했다.

이 유골은 1894년 전남 진도에서 처형된 30~40대 지도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머리뼈다. 1906년 목포면화시험장 기사였던 일본인 사토 마사지로에 의해 일본 홋카이도대로 반출됐다. 90년이 지난 뒤인 1995년 이 유골의 존재가 알려지자 기념사업회가 반환을 요구해 국내로 돌아왔지만, 신원 확인에 실패하면서 23년 동안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모셔져 있었다.

전주 안장 계획이 전해지자 진도군이 연고를 들어 반환 운동에 나섰다. 군은 지난 21일 유골 현상변경금지 가처분 신청을 전주지법에 냈다. 이어 유골을 반환해 달라는 소송도 내기로 했다. 군은 “이 유골이 수습된 것으로 알려진 진도읍 송현리 묘지와 유골에 남아있던 토양의 성분이 일치했다. 당연히 기록과 토양으로 확인된 연고지로 모셔야 한다”고 밝혔다.

유골을 보관했던 종이상자에서 나온 부표의 기록과 서명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제공
유골을 보관했던 종이상자에서 나온 부표의 기록과 서명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제공
박주언(74) 진도학회 부회장은 “조도면 출신 박중진으로 추정됐지만 후손과 유전자가 달랐다. 천도교 종리원 월보의 명단, 76년 발행한 진도군지 등 자료를 근거로 유전자 감식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도군과 군의회는 유골이 돌아오면 전시관과 역사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당시 진도는 동학군의 최후 거점으로 60~70명이 희생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러나 진도군의 이런 반발에도 기념사업회는 안장 절차를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기념사업회는 “2001~2014년 6차례 진도 송현리, 정읍 황토현, 김제 구미란 등에 안장을 추진했으나 주민이 반대하거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기념사업회 김양윤씨는 “‘유골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을 경우, 보관·관리하는 자가 연고자가 될 수 있다’는 법률적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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