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방경찰청이 24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 가스안전공사 등과 함께 사고 현장에서 정밀 감식을 벌였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8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24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 가스안전공사 등과 함께 사고 현장에서 정밀 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폭발이 난 수소탱크 3기(1기당 400㎥)의 운영을 맡은 ㄱ업체의 조작 미숙, 부실 안전점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 ㄱ업체는 태양광 등을 활용해 생산된 수소를 저장탱크에 모은 뒤 수소연료전지를 가동해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업체다. 폭발은 공장 옆 벽면에 설치된 수소 저장탱크에서 발생했다.
문제의 수소 저장탱크는 지난해 11월 설치작업을 시작해 지난 4월 설치가 마무리됐다. 시설 안전점검은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달 말까지 1000시간 이상의 시험가동을 한 뒤, ㄱ업체한테 설비를 넘겨받아 정식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400여 시간 만에 사고가 났다.
사고 당시 ㄱ업체 소속 연구원들은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해 건물에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을 모니터링하던 중이었다. ㄱ업체 관계자는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일상적인 모니터링 중이었다. 특별한 조작이나 실험을 하지 않았다. 안전하게 설계된 탱크가 왜 터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에 불이 나 가스통이 폭발했다고 하더라도 최초 발화점은 가스통이 아니라 전기장판 등 다른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수소탱크 자체의 문제인지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수소는 공기보다 14배 정도 가벼워 누출 시 빠르게 확산한다. 밀폐된 공간이 아닐 경우 폭발 위험성이 거의 없다. 건물 밖에 설치된 탱크가 왜 폭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상자들은 강릉벤처 공장을 견학 중이던 세라믹 분야 젊은 경영인과 인솔자 등으로, 폭발 당시 수소 저장탱크 옆을 우연히 지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폭발 사고가 난 수소 저장탱크의 시공과 설치, 운영 등 전반에 걸쳐 정밀 감식을 벌이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수소 에너지에 대한 안전 매뉴얼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액화석유가스·도시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는 관련 법에 따른 안전기준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직접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는 어디에도 안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소연료의 안전 관리 및 사업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1년 가까이 제정되지 않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재 수소 가스는 위험물 안전관리법의 규제를 받는 위험물질이 아니다. 수소를 연료나 에너지로 상용하기 전에 세밀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고가 난 수소탱크가 금속으로 제작돼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탓에 폭발이 나자 탱크의 금속 조각들이 폭발물이 터진 것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와 달리 수소차에 사용되는 수소탱크는 탄소섬유로 제작된다. 강원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차량용 수소탱크는 탄소섬유로 제작돼 폭발하면 찢어지게 설계돼 있다. 높이 8m에 이르는 대형 탱크를 탄소섬유로 제작하긴 힘들다. 탄소섬유로 탱크를 제작하라는 규정도 없다”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사고 현장을 찾아 “안타깝게도 이번 사고는 수소 활용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철두철미한 사고 원인 조사와 보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3일 오후 6시22분께 강원도 강릉시 대전동 강릉과학일반산업단지 안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에서 수소탱크 폭발 사고가 나 2명이 죽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