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27일 회사 쪽의 법인분할을 위한 주주총회 장소를 점거해 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27일 회사 쪽의 물적분할(법인분할) 추진에 반대해 오는 31일 주주총회 예정 장소를 점거해 농성에 들어갔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울산 동구 전하동 회사 근처에 있는 한마음회관 안에 들어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 500여명이 한마음회관 농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회사 쪽은 “농성자가 300여명 된다”고 했다.
한마음회관은 오는 31일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을 위한 주주총회가 열리는 장소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중간지주회사로 한국조선해양을 만들어 본사를 서울로 옮기고, 기존 회사는 비상장회사로 울산에 남겨두는 물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이에 반대해 지난 16일부터 하루 4시간씩 파업을 이어오다 28일부터 전면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노조 등을 상대로 울산지법에 주주총회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 이날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았다. 법원은 노조 쪽이 가처분 결정을 어기면 1회당 5000만원을 물도록 했다.
이에 노조는 이날 파업 강도를 높여 7시간 조업을 중단하고 노조사무실 앞에서 조합원집회를 연 뒤 회사 본관 건물 진입을 시도하며 회사 쪽 관리자들과 충돌을 빚어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노동자들은 안에서부터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31일 주주총회 때까지 봉쇄하기로 했다.
노조는 “물적분할이 이뤄지면 기존 현대중공업의 자산은 중간지주회사로 넘어가고, 부채만 현대중공업에 남게 된다. 이로 인해 정몽준-정기선 총수일가의 경영승계와 고배당 구조는 확고해지지만 대다수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 위협을 겪어야 한다.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주장했다.
회사 쪽은 “노조에 물적분할 뒤에도 고용 안정과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했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엄중히 법적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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