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들이 29일 회사 쪽의 물적분할 승인 주주총회를 막기 위해 주총장소인 한마음회관 주위를 에워싸고 집회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법인분할(물적분할) 승인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30일 주총 예정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주변엔 종일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으나, 회사는 법원서 주총장의 노조원 퇴거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고, 노조는 주총장인 한마음회관 안팎을 봉쇄하고 밤샘 집회와 농성을 이어갔다.
송철호 시장(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마음회관에서 심각한 충돌이 예상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유혈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송 시장은 이어 “저는 시민의 대표로서 노사 양쪽의 극한 충돌이 없도록 설득하고 노사정 협의체를 가동해 사회적 대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도 성명을 발표해 “이제 막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울산시민들에게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과 본사 이전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라며 “극한 대립을 불러온 일방통행을 멈추고 시민과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회사 쪽에 대화를 촉구했다.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도 이날 오후 한마음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파국을 원치 않는다”며 회사 쪽에 법인분할 주총의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회사 쪽은 지난 27일 한마음회관 점거농성에 맞서 노조를 상대로 울산지법에 신청해 퇴거를 강제할 수 있는 `부동산 명도단행 가처분 결정’을 이날 법원에서 받아내고 즉시 법원에 가처분 집행 신청을 했다. 울산지법은 이날 집행관들을 농성 현장에 보내 지난 27일 내린 주총 방해금지 가처분 결정 내용을 노조에 고지했다. 회사 쪽은 또 기존 경비원들 외에 경비용역 인력 1000여명을 추가 확보해 회사 정문과 본관 등 주요 시설에 배치했다.
회사 쪽은 이날 “물적분할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산업은행과의 필수 계약 조건”이라며 “법 테두리 안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총을 열겠다. 주총을 열기 위해 불법 점거 중인 주총장소에서 즉시 퇴거하라”고 노조에 거듭 촉구했다. 또 “정상적인 주총 개최 및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법원 가처분 결정으로 행위당 5000만원을 부과받게 되며, 일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극한 대치 분위기 속에 회사 쪽이 노조와 충돌을 피해 주총장소를 본사 소재지인 울산 안의 다른 곳으로 옮길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박근태 지부장 등 500여명은 지난 27일 오후부터 나흘째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회관 밖에는 3000여명의 조합원이 천막을 치고 집회와 농성을 이어갔다. 노조는 또 회사 쪽이 주총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것에 대비해 ‘31일 울산대 캠퍼스 앞에 3000여명 규모의 집회’를 경찰에 신고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이날 오후 5시부터 한마음회관 앞 광장에서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대우조선해양 노조원 등 연인원 1만여명(경찰 추산 36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대회를 마친 뒤에도 대다수 노동자들은 촛불문화제를 이어가며 주총이 열리는 31일까지 한마음회관 주위에서 밤샘농성에 동참했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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