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메르디앙 1∼2천만원 웃돈 거래…남구청·건설사 팔짱
투기과열지구인 울산에서 유명 아파트 분양권이 불법 매매되고 있으나, 행정당국의 단속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일 입주자 계약이 끝난 남구 신정동 월드메르디앙(359가구) 아파트 분양권이 부동산 중개업자의 알선에 의해 1000만~2000만원의 웃돈을 붙여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는 사실이 27일 확인됐다. 중개업자들은 매수자가 양도세를 납부하는 조건으로 공증서류를 작성해 분양권 전매를 불법 알선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아파트 당첨자가 입주계약을 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으면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없다.
특히 중개업자들은 계약자들의 명단과 연락처를 입수한 뒤 계약자들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분양권을 사들이는 데 혈안이다. 계약자 황아무개(47)씨는 “아파트 당첨 이틀 뒤 부동산업자가 집으로 전화해 2000만원의 웃돈을 주겠다며 분양권을 팔라고 했다”며 “분양업체에서 계약자 명단을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는 한 중개업자들이 어떻게 계약자들의 연락처를 알겠느냐”고 따졌다.
사정이 이렇지만 불법 전매를 단속해야 할 울산 남구청 등 행정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지난 23일 월드메르디앙 견본주택 근처에선 떴다방 업자들이 10여개의 상담부스를 차려 놓고 계약자와 견본주택 방문자를 상대로 불법 전매를 부추겼으나 단속 공무원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또 이날 미계약 물량을 사려고 100만원의 사전예약 계약금(신청금)을 낸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견본주택 안으로 들어가려다 이를 막는 월드건설 직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까지 출동했으나 떴다방 업자들에 대한 단속은 없었다.
월드건설 관계자는 “불법 분양권 전매는 공증을 하더라도 법적으로 보장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가 우려되지만 분양 열기가 식을까봐 모른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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