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투표로 ‘인근상가 베네시움 입주’ 결정
점포가 불에 타 길거리로 나 앉은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상인들이 시장 부근에 새로운 보금 자리를 마련해 재기에 나선다.
2지구 상인들은 18일 오후 대구시와 중구청에서 제시한 대체 상가를 놓고 찬반 투표를 벌인 끝에, 새 상가 빌딩인 베네시움에 입주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투표에서는 전체 상인 936명 가운데 799명이 참석해 찬성 769명, 반대 20명, 기권 10명으로 새 상가 입주를 결정했다.
2지구 상인들은 불이 난 뒤 20여일 동안 “시장안 주차빌딩을 새 상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며 주차빌딩을 점거한 채 집회를 벌여왔다. 베네시움은 서문 시장에서 큰 길 건너 동산의료원 쪽으로 400여m 떨어진 9층 짜리 빌딩이다.
상인들과 대구시, 중구청, 베네시움 건물 주인 등은 1.2평 짜리 점포 기준으로 월세 3만원, 한달 관리비 평당 6만원에 입주하기로 합의했다. 이곳에는 별관을 포함해 점포가 900여곳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들과 대구시는 또 불 탄 2지구 옆 주차 빌딩 지하1층과 지하 2층도 점포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주차빌딩 지하에는 1.8평 짜리 점포 150여곳이 입주할 수 있다.
대구시는 “베네시움과 주차 빌딩을 상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칸막이를 설치하고 전기, 수도 시설 등을 빨리 갖추겠다”며 “이르면 2월 중순쯤 상인들이 입주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설 설치 비용 일체는 대구시가 부담하기로 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손님 다시 찾아올까, 막막해” 18일 투표 마친 2지구 상인들 18일 오후 서문시장 안 주차빌딩에 모여 투표를 끝낸 2지구 상인들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은 불이 난 뒤 20여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주차빌딩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집회를 열어왔다. 찬성표를 던진 상인들은 “불만이 많지만,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고 한 목소리를 냈다. 몇몇 상인들은 “다시 장사를 할 수 있어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반겼지만 대부분은 “시장에서 400m 이상 떨어진 베네시움에 물건을 사러 손님들이 찾아 올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며 걱정했다. 상인들은 당장 베네시움에서 장사를 하면 불이 난 2지구 상가보다 매출액이 절반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상인들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입자들은 더욱 걱정이다. 류아무개(52)씨는 “새 상가에서 장사를 하려면 적게 잡아도 2평은 빌려야 하는데, 월세와 관리비를 합쳐 한달 18만원이 넘는돈이 들어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가가 불에 타는 바람에 5천만원 어치의 피해를 봤다는 김진흥씨도 “상인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 상태에서 불이 났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보상이나 도움이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상인 이아무개씨는 “정부와 대구시에서 여러차례에 걸쳐 지원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정치인들이 수도 없이 다녀갔지만 피해 상인들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50대로 보이는 여성 상인은 “새 상가에 들어가서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공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와야 하는데, 무슨 돈으로 장사 밑전을 할 지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가 연리 3.8%의 싼 이자로 3천만원의 은행 융자를 알선해준다는 말을 믿고 은행을 찾아갔지만 정작 이자율은 5%를 훨씬 웃돌았다”고 하소연했다. 2지구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한달만에 불이 나 3천만원 어치를 태워 버린 세입자 김대호(34)씨는 “사업자 등록증이 없다며 은행앞에서 문전 박대를 당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장사 밑전을 마련할 지 걱정돼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손님 다시 찾아올까, 막막해” 18일 투표 마친 2지구 상인들 18일 오후 서문시장 안 주차빌딩에 모여 투표를 끝낸 2지구 상인들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은 불이 난 뒤 20여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주차빌딩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집회를 열어왔다. 찬성표를 던진 상인들은 “불만이 많지만,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고 한 목소리를 냈다. 몇몇 상인들은 “다시 장사를 할 수 있어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반겼지만 대부분은 “시장에서 400m 이상 떨어진 베네시움에 물건을 사러 손님들이 찾아 올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며 걱정했다. 상인들은 당장 베네시움에서 장사를 하면 불이 난 2지구 상가보다 매출액이 절반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상인들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입자들은 더욱 걱정이다. 류아무개(52)씨는 “새 상가에서 장사를 하려면 적게 잡아도 2평은 빌려야 하는데, 월세와 관리비를 합쳐 한달 18만원이 넘는돈이 들어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가가 불에 타는 바람에 5천만원 어치의 피해를 봤다는 김진흥씨도 “상인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 상태에서 불이 났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보상이나 도움이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상인 이아무개씨는 “정부와 대구시에서 여러차례에 걸쳐 지원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정치인들이 수도 없이 다녀갔지만 피해 상인들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50대로 보이는 여성 상인은 “새 상가에 들어가서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공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와야 하는데, 무슨 돈으로 장사 밑전을 할 지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가 연리 3.8%의 싼 이자로 3천만원의 은행 융자를 알선해준다는 말을 믿고 은행을 찾아갔지만 정작 이자율은 5%를 훨씬 웃돌았다”고 하소연했다. 2지구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한달만에 불이 나 3천만원 어치를 태워 버린 세입자 김대호(34)씨는 “사업자 등록증이 없다며 은행앞에서 문전 박대를 당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장사 밑전을 마련할 지 걱정돼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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