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도 고양시청사에 ‘108만 고양시민 긴급멈춤’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고양시 제공
전국 교회와 수용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잇따르면서 지난 13일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천명을 넘어섰고, 성탄절인 지난 25일 1241명으로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2~3월 대구지역 1차 대유행, 8~9월 서울 광화문 광복절집회 관련 2차 대유행을 뛰어넘는 이번 3차 대유행은, 수도권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코로나19 확산 현황을 유심히 살펴보면 조건이 비슷한 데도 지역에 따라 확진자수가 크게 차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왜 어떤 곳에서는 확진자가 쏟아지고 다른 곳은 그렇지 않은 것일까. 몇가지 키워드로 지방자치단체들의 코로나19 발생 현황을 비교, 분석해봤다.
29일 광주시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한 환자를 음압형 이송장비를 사용해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인구 1만명 당 강원 철원은 40명, 전남 강진, 장흥군은 0명
29일 오전 0시 현재 전국 누적 확진자(5만8725명) 가운데 수도권 확진자는 3만4934명으로 전체의 59.5%에 이른다. 서울(1만8252명), 경기(1만3950명), 인천(2732명) 순이다. 비수도권에서는 신천지 교회발 1차 대유행이 일어났던 대구·경북이 1만95명(대구 7717명, 경북 2378명)으로 전체의 17.1%를 차지한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서는 경기 고양시(1390명)와 서울 강서구(1317명)의 확진자가 가장 많았다. 서울지역 구별로는 송파(1081명), 관악(966명), 강남(904명), 서초(796명) 등 남부권에서 확진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 경기 동두천(62명)과 과천(67명), 안성(72명)은 확진자 수가 100명 미만이다. 특히 전남 강진군·장흥군, 인천 옹진군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1만명당 감염자수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인구 1만명당 전국 평균 확진자수는 11.3명이었다.
이 기준에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강원도 철원으로 40.5명이었다. 인구 4만4706명의 철원에서는 노인요양시설과 목욕탕, 군부대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라 발생해 181명이 확진됐다. 1차 대유행이 휩쓴 경북 청도(37.3명)와 경산(29.1명) 등이 뒤를 이었다.
광역자치단체별로는 대구(31.9명)와 서울(18.9명)이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경기(10.4명)와 인천(9.3명)은 조금 못미쳤다. 반면 전남(3명)은 인구 대비 발생률이 가장 적었고, 세종(4.2명), 전북(4.4명), 제주(5.9명) 등도 전국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인구수 대비 확진자 수가 적은 곳일수록 감염 위험은 낮다. 다만 인구밀집도란 또다른 변수는 고려해야 한다. 군 단위 주민은 감염자수가 더 많더라도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사는 경우가 많아서, 비록 감염자수는 적지만 밀집도가 높은 도시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오전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기초자치단체 가운데서는 전국 최다인 경기 고양시(1390명)를 비롯해 성남시(1147명)와 부천시(1131명) 등 서울주변 인구 100만 도시들이 확진자 순위 맨 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특이한 점은 118만7천명인 수원시 확진자는 731명으로 고양시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용인도 919명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같은 수도권의 인구 100만 도시들인 고양·성남·부천에서는 1천명 넘는 확진자가 나왔는데, 수원은 그보다 덜할까?
전문가들은 ‘서울과의 생활 밀접도’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고양(일산)과 성남(분당), 부천(중동)은 대규모 베드타운인 1기 새도시가 조성된 도시들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다.
지난해 고양시 사회조사 보고서를 보면, 15살 이상 고양시민의 통근·통학 지역은 고양시내(50.4%)에 이어 서울(32.4%)이 차지했다. 활동성이 높은 20대(38.3%), 30대(45.2%), 40대(37.6%)로 젊은층의 서울 출퇴근 비율이 높았다. 이는 경기도 평균 서울 통근·통학 비율 20%를 크게 웃돈다. 게다가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모이는 홍대앞과 신촌과 접근성이 좋아 감염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실제 지난달 고양시 확진자 가운데 타지역(주로 서울) 발생은 65%로 나타났으며, 가족간 감염이 67%였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대책위원장)는 “역학조사를 해보면 서울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중에 주소지가 고양인 사람과, 서울에서 감염돼서 고양의 가족 등에 전파하는 사례가 아주 많다”고 말했다.
반면, 수원시는 서울과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고, 독자적인 경제권역을 형성하고 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 비율도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시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온 또다른 이유는, 이곳에 집단감염에 취약한 요양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29일 현재 이곳에 있는 미소아침요양병원(82명), 아름다운인생요양원(42명), 팰리스요양원(30명)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랐다. 고양시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580개의 요양시설이 있는데, 이는 광역자치단체인 전라남도 전체(480개)보다도 많은 숫자다. 특히 고양시의 요양시설은 단독건물이 아닌 상가건물 일부에 입주한 경우가 많아, 접촉자가 많고 관리가 어려워 감염에 취약하다. 최근 부천에서도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 164명이 감염돼 38명이 사망(29일 기준)하기도 했다.
기 교수는 “요양병원의 경우 개인이 고용하는 간병인이 많은데 전문인력도 아니고 중국동포가 많아 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며 “외국인 무증상 감염자가 간병인으로 들어올 경우 감염에 속수무책이다”고 말했다.
29일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강원도스키렌탈샵연합회 등 스키 업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스키장 운영 중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 가운데 아직까지 단 한명의 확진자도 안 나온 곳은 전남 강진군과 장흥군, 인천 옹진군 3곳이다. 모두 바닷가를 끼고 있는 군들이다. 내륙에서 보자면 제일 끝에 위치한 만큼 외부인구 유입이나 유동인구가 적을 수밖에 없다. 강진, 장흥과 인접한 해남군(2명), 영암군(3명)도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감염자가 적게 발생했다.
육지보다는 섬지역 감염자 발생률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 5도를 포함해 113개의 섬으로 구성된 옹진군은 0명이고, 전국에서 가장 섬이 많은(1004개) 전남 신안군과 울릉도 확진자는 각 1명씩이다. 남해와 완도의 확진자도 각각 2, 3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도시와 인접한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주변에 부산이란 대도시가 있고, 조선소들이 몰려 있는 경남 거제의 확진자는 157명에 이른다. 서울 등 수도권 주민들이 많이 찾는 인천 강화군 확진자도 48명에 이른다.
기모란 교수는 “감염병 예방에는 인구밀도가 가장 중요하다. 세계 환자들 대부분이 아파트 등 집합건물로 접촉이 많은 대도시에서 발생했으며 뉴질랜드처럼 (주민들이 서로) 떨어져 사는 곳은 코로나19 환자도 거의 없고 감기도 잘 안걸리며 의료기관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