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졸 검정고시 전국 최고령 합격자 장옥순씨. 사진 고만균씨 제공
“대학 가고 싶어요. 70살만 됐어도 고민 없이 진학했을 텐데, 건강이 어떨지….”
11일 고교 졸업 검정고시 합격 통보를 받은 장옥순(84)씨의 바람이다. 장씨는 올해 고졸 검정고시 전국 최고령 합격자다. 지난 2017년 8월엔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도 합격했다. 그 이듬해 4월부터 장씨는 해마다 두차례씩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했고, 5전6기 끝에 이번에야 합격의 영광을 얻었다. 지난해 시험에선 7과목 평균 59.85점을 받아, 한 문제 때문에 떨어져 눈물을 삼켰다. 검정고시는 평균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한다.
“수학은 재미있고 좋아하는데 국어는 문장, 영어는 단어 외우는 것 때문에 힘들었어요. 지나고 나니까 뿌듯하네요.”
장씨는 19살 때 경북 의성에서 제천으로 이사 온 뒤 25살에 결혼했다. 여느 만학도처럼 어려운 가정 형편이 진학을 막았다.
“일본강점기 때 소학교에 입학해 해방 이후 전쟁 무렵 국민학교를 졸업한 뒤 형편 탓에 더 진학하지 못했죠. 늘 공부 생각했었는데 남편이 30여년 전 일찍 숨지면서 생활이 힘겨워 또 기회를 잃었죠.”
2016년 제천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뒤늦게 학업을 다시 시작한 장씨는 “못 배운 한이 있어 두 아들 모두 대학 공부를 시켰지만 내 배움이 짧은 게 늘 허전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재미있었다”며 “내 보람도 크지만 아이들이 기뻐하니 더 좋다”고 말했다.
곁에서 어머니의 늦깎이 공부를 지켜본 아들 고만균(61)씨는 “자식 키우느라 여념 없던 어머니가 뒤늦게라도 공부를 시작해 너무 자랑스러웠다. 중졸에 이은 고졸 검정고시 합격은 집안의 더 없는 경사”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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