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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대출받아 배 샀는데” 귀어인 한숨

등록 2021-06-15 04:59수정 2021-06-15 15:15

개정 사실 몰라 의결된 뒤 구입하기도
어민들 정부에 구제대책 요구
고순석씨가 지난해 7월 진수한 자신의 배를 가리키고 있다. 그는 “정보가 오가는 낚시용품점도 운영하지만 시행령 개정 내용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순석씨가 지난해 7월 진수한 자신의 배를 가리키고 있다. 그는 “정보가 오가는 낚시용품점도 운영하지만 시행령 개정 내용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7년 12월3일 새벽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9.77톤급 낚싯배 선창1호와 급유선 15명진호가 충돌해 15명이 숨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발생한 첫 대형 해상사고였다.

정부는 낚싯배 사고 방지대책 마련에 나서 8개월 뒤인 2018년 8월 ‘낚시 관리 및 육성법’(낚시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낚싯배 안전 설비를 강화하고, 신고 요건을 강화한 것이 뼈대였다.

이 개정으로 전국 바다의 낚싯배(허가선·관리선) 4536척 가운데 관리선 572척이 낚싯배에서 제외됐다. 이 가운데 절반인 286척이 충남 선적이고 85%인 244척이 구획어업 어선이다. 구획어업은 물고기가 다니는 길목에 깔때기 모양의 그물을 고정해 설치하고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회유성 어종을 잡는 조업 방식이다.

구획어선 낚싯배가 충남에 집중된 이유는 서산 에이(A)·비(B)지구 간척사업 등 대규모 개발, 보령·당진 화력발전소 건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온도 상승으로 난류성 어종이 늘어 구획어장이 황폐해지면서 어민들이 업종을 낚싯배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 가까워 낚싯배 수요가 크다는 점도 작용했다.

구획어업 어선 소유주 상당수는 수억원씩 정책자금을 대출받아 배와 구획어업 면허를 산 귀어인이다. 보령시 자료를 보면, 2011~2019년 귀어한 134명 가운데 87명이 구획어업 낚싯배를 샀다. 이들은 개정된 낚시관리법 시행령의 5년 유예 조항에 따라 2024년 2월7일까지 문제없이 낚싯배 영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뒤 낚싯배 영업을 못 하게 되면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경기 광명에서 귀어한 김규태(50)씨는 “귀어정책자금 3억원을 대출받아 구획어업 허가를 사고 배를 만들었다가 날벼락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2019년 서울에서 귀어해 구획어업 면허를 사고 그해 연말 새로 배를 건조해 진수식까지 치렀다는 고봉수(45)씨도 “배는 새로운 삶의 꿈이었다. 배 만들면서 결혼하고 아들도 낳았다. 3년 정도 고생해 초보 선장 티만 벗으면 살 만하다고 해 버텨왔는데 법이 바뀐 사실을 알고부터는 잠도 못 잔다”고 걱정했다.

2011년 귀어했다는 권혁준(63)씨는 “어족자원을 보호하려면 관리선 감척보다 금어기와 금어 대상 어종을 늘리고 잡는 마릿수를 제한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며 “당사자들은 모르는데 법령이 바뀌었다.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가 늦기 전에 관리선 구제대책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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