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미군기지 ‘캠프마켓’ 안에 있는 조병창 본부 건물. 일제강점기 1만여명의 조선 사람을 강제동원해 조선 팔도에서 뺏은 쇠붙이로 일본군의 총과 칼을 만들던 수탈의 땅이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일제강점기 일본군 무기공장 조병창의 병원으로 쓰였던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내 건물 철거가 일단 미뤄졌다.
17일 인천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환경공단은 캠프마켓 내 조병창 병원 건물의 철거 작업을 유예했다. 국방부의 위탁을 받아 캠프마켓의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작업을 하는 한국환경공단은, 인천시 의견에 따라 해당 건물을 철거한 뒤 하부와 주변의 토양을 정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건물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데다, 문화재청까지 현장 방문 뒤 재차 보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자 인천시는 일단 철거 일정을 미루도록 했다.
앞서 국방부는 “해당 건물을 보존한 상태로는 기름 등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작업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인천시에 의견을 물었고, 시는 “건물을 철거하되 철저히 기록해달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시는 일제 강제징용의 역사적 유물인 캠프마켓 내 조병창 병원을 철거하지 말고 역사적 유산으로 보존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또 최근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이것만은 지키자’ 공모전에도 조병창 병원 건물의 보존 필요성을 강조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건물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설이어서, 식민지배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에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라는 주장이었다.
한편, 일제 때 조선인 강제노역으로 지어진 대표적 시설인 조병창의 병원 건물은 현재 2개로 나뉘어 있으며 중간은 비어있다. 비어있는 지점은 한국전쟁 당시 포격을 맞아 파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1945년 해방 이후 미군과 한국군은 해당 건물을 병원으로 사용했으며 이후 주한미군의 숙소와 클럽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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