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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to 6’ 경기도주식회사의 ‘주35시간 실험’…“반응 좋네”

등록 2021-08-26 04:59수정 2021-08-26 08:47

공기업에 스타트업 더한 ‘하이브리드’ 기관
임금상승 효과로 생산성과 근무 자율성 확보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 돌봄 문제로 육아휴직도 고려했지만, 이젠 그런 고민은 없어졌습니다. 한시간 넘게 걸리던 출퇴근 시간도 30분가량으로 줄어들고, 홀가분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요?”

3살·9살 자녀를 두고 있는 18년차 ‘엄마 직장인’ 류해주 과장은 “한시간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크게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집과 학교에 아이를 맘 편히 보낸 뒤 여유 있게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부천이 집이라는 권민성 대리도 “겨울철이면 출근길도 어두웠고, 퇴근길도 어두웠다”며 “이젠 잃어버린 한시간을 찾은 듯하다. 저 같은 ‘저녁형 인간’에게는 딱 맞는 근무조건 같다”고 맞장구쳤다.

이들이 다니는 회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밸리에 있는 ‘경기도주식회사’. 경기도와 지역 경제단체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이 회사는 경기도 중소기업들의 온·오프라인 판매망 구축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최근에는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개발·운영을 맡았고, 2개 본부와 6개 팀 63명이 근무한다.

류 과장과 권 대리가 이처럼 말하는 이유는, 이 회사가 1년 반 넘게 ‘주 35시간 노동제’를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 35시간 노동제’ 실험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작됐다.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교대 또는 재택근무를 반복하다, 아예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일시적으로 단축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출근시간을 피해 오전 10시 출근하고, 오후 6시 퇴근하는 방식이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일반 회사보다 일을 덜 한다’는 눈총도 있었지만,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장점을 모아 설립된 ‘하이브리드 기관’이란 특성을 살리기 위해선 과감한 실험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또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보자는 경영진의 의지도 실렸다.

이후 지난해 사업 다각화로 인원을 크게 늘렸지만, 35시간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임금도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내부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조직·업무 몰입도 향상, 직무 만족도 향상, 조직·직무 효율성 강화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많다고 한다.

경기도주식회사 매출 실적.
경기도주식회사 매출 실적.

경기도주식회사는 지난해 7월~올해 7월 온·오프라인 판로 지원 사업 부문에서 100억원가량 매출을 올렸다. 직전 1년(2019년 7월~2020년 7월) 동안 매출액(79억원)에서 27.3%나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시작한 배달특급 사업도 경기도 31개 시·군 대부분에서 성과를 내며 누적거래액 5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주 35시간 노동제 도입은 우수 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첨단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몰려 있는 판교밸리에서 민간기업들과 연봉으로 인재 영입 경쟁을 펼칠 수는 없지만, ‘워라밸’을 내세워 한계를 극복해보겠다는 것이다. 노인기 미디어실장은 “숙박중개 앱인 ‘여기어때’는 2017년 주35시간 노동제를 도입하고 1년 뒤 매출이 2배로 증가하고 흑자 전환하는 등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다. 입사경쟁률도 세배 이상 높아졌다”며 “근무시간이 단축돼도 생산성은 향상됐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임직원 만족도 조사와 회사 경영 현황을 검토한 뒤, 오는 9월 노사협의회에서 ‘주 35시간 노동제’ 본격 도입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 회사 박봉민 근로자위원은 “주 35시간 노동 이후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지고 사내 분위기도 밝아졌다. 사기 진작과 만족도 제고가 회사 전반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석훈 경기도주식회사 대표이사는 “공공기관 최초로 주 35시간 노동제 도입은 선진 노동문화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며 “안정적이고 균형 있는 삶을 보장해 임직원의 만족도가 생산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사협의로 결실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 35시간 노동제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는 신세계가 2018년 1월 처음으로 도입했고, ‘여기어때’, ‘배달의민족’, ‘짐카’, ‘집닥’ 등 스타트업들도 시행하고 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사진 및 자료 경기도주식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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