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11일 서울 도봉구 창2동 분수공원에서 열린 마을총회에서 마을 의제의 순위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마치고, 개표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강남·강서·동대문·양천구 등 4개 자치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지난달 31일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3억원 가량)의 6분의 1 수준으로 삭감해 자치구별 5천만원으로 책정했던 예산이 지난 두 달간 시·시의회의 마라톤 협상으로 1억3천만원(지난해 43%)까지 되살아났지만, 일부 자치구가 인건비·운영비 등 일부 비용 부담에 난색을 보이며 결국 폐쇄한 것이다.
윤일권 동대문구 행정국장은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시에서 사업비는 되살렸지만, 인건비·운영비를 전액 삭감한 탓에 불가피한 조치였다. 동대문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다른 마을사업들은 계속 진행하지만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폐지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주 강남구 홍보팀장도 “비용 때문에 센터는 폐지하지만, 사업은 그대로 구청에서 직접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예산 깎아서? “민주당 구청장도 사업 의지 부족” 지적
센터 폐지에 대해 4개 자치구는 비용 등 각자의 이유를 앞세운다. 하지만 16개 자치구가 1억7천만원가량의 인건비·운영비를 자체 예산으로 지원해 정상운영한다는 점에서 재정 문제라기보다는 의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도봉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는 다른 자치구(4명)보다 많은 6명이 일하고, 주민모임도 100여건으로 다른 자치구(30∼50여건)보다 2배 이상 많다. 나현천 도봉구 자치마을과장은 “풀뿌리 민주주의는 ‘지방행정체계 개편 특별법’에 따라 지속가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구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마을공동체센터 수탁법인인 강남마을넷 김은정 대표는 “애초 이 사업을 위탁사업으로 한 것 자체가 공무원들이 직접 맡기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센터 직원 4명이 밤낮없이 헌신적으로 일일이 주민들을 만나 수십 건 모임을 컨설팅하고 네트워킹하는데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었다”며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운영주체는 구청이었고, 초창기라 시비로 시작된 것이었지 언젠가는 구청에서 맡아야 할 사업이었는데, 구청에서는 계속 시비 핑계만 댄다 “고 덧붙였다.
“구청이 직접한다고? 현실 모르는 소리”
김정열 동대문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도 “1년 30개 모임이 3∼4번씩 만나면 90번 이상 만나야 하고 회계도 그만큼 해야 한다. 담당 공무원이 단 1명인데, ‘버겁다’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다. 구청에서 직접 한다는데 ‘담당 공무원 충원’을 하겠다는 건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공무원들이 기존 업무하듯 ‘공고→설명회→비용 지급→정산’식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힘들어도 주민공동체가 활성화된다는 보람 때문에 해 온 일인데, (구청에서)구걸 한다는 듯이 바라보는 것 같아 1년간 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2년 전임 박원순 시장 때 서울시는 사라져가는 주민공동체를 복원시키겠다며, 조례를 제정해 민간위탁 방식으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설립을 지원해 왔다. 지난 2018년까지 중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에 설치됐다. 500m 거리 주민들이 3명 이상 모여 놀이터 활동, 육아활동, 골목길 벼룩시장 등의 주민 모임을 하면, 100만∼500만원까지 비용을 지원해주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할 때 센터가 주민들과 만나 각종 도움을 주고, 공동체·예산 등 교육을 하는 것이 기본구조다.
장이정수 마을공동체 법인협의회 회장은 “마을공동체지원 사업은 전임 시장인 박원순 개인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해 추진했던 지역사회를 위한 정책이다. 오세훈 시장이 현장 한번 와보지 않고 예산을 깎더니, 민주당 구청장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사업을 포기했다”며 “주민 모임을 하면서 진행한 교육으로 행정이나 예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주민들의 경험·역량이 민관 협치로 이어지는 것인데, 행정 정책을 하청주듯이 생각하는 것 같다. 도로 몇m 까는 돈만 투입해도 얼마든지 센터를 운영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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