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120미추홀콜센터’에서 일하는 ㄱ씨는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민원을 받았다. “집합제한 인원 초과로 식당 출입을 거절당했다”는 민원인에게 정부의 집합제한 조치를 설명했지만, 통화시간이 20분 넘을 때까지 항의는 계속됐다. ㄱ씨는 결국 전화를 차단했다. 그러나 이 민원인은 시를 방문해 ㄱ씨의 차단과 관련해 항의했다. 민원인의 항의를 들은 시는 ㄱ씨에게 사과하라고 지시했다.
ㄱ씨는 “시 입장에서도 항의하는 민원인을 대하기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당하게 차단한 전화와 관련해 민원인에게 다시 사과하라는 지시를 받으니까 힘이 빠졌다”며 “이제는 민원인을 차단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해도 최대한 차단하지 않고 민원인의 항의를 듣는 편”이라고 했다.
인천 공공부문 감정노동자 대다수가 ‘감정노동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연구원이 8일 발표한 ‘인천시 감정노동 종사자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설문조사 대상자 227명 중 198명(87.2%)이 ‘감정노동 보호체계’가 미흡한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원경찰 직종에서는 91.7%가 ‘위험군’에 속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87%, 콜센터 직원은 82.4% 등의 순이다.
‘인천시 감정노동 종사자 실태조사’ 보고서 갈무리
‘감정 부조화’ 위험군에 속한 비율은 70%(159명)에 달했다. 감정노동자가 자신의 감정과 관계없이 조직이 강요하는 표현규칙을 따르면서 경험하는 심리적 긴장 상태를 뜻한다. 이는 감정노동 연구에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콜센터 직원 중 85.1%가 감정 부조화 위험군에 속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으며 안내데스크 직원이 66.7%, 청원경찰이 59.5%다.
고객 응대 과정에서 감정조절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한지 등을 평가하는 ‘감정규제’ 항목 위험군은 141명(62.1%)이었으며, 노동자들이 고객 응대를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지 등을 평가하는 ‘조직 모니터링’ 항목 위험군은 79명(34.8%)으로 파악됐다. ‘고객의 정신적 폭력 위험군’에 속한 노동자 비율도 69.6%에 달했으며 39.6%의 노동자는 ‘우울’ 위험군에 속하기도 했다.
인천연구원은 인천 공공부문 감정노동자의 감정노동 수준을 줄이기 위해 인천시가 앞서 개발한 감정노동 보호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이 지켜지는지 점검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올해 문을 여는 인천시 노동권익센터에 감정노동팀을 만들어 관련 교육, 연구사업을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혜은 인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실태조사를 하던 중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야간 근무, 교대 근무를 하고 있으며 청원경찰은 점심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노동 여건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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