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수도권

50년 넘은 멀쩡한 가로수 베고 소나무 심는 게 ‘도시 숲 사업’?

등록 2022-02-21 17:38수정 2022-02-22 02:32

이상한 ‘도시 바람길 숲’ 사업
산림청도 “작업중지” 의견
인천시 계양구의 ‘도시 바람길 숲’ 사업으로 멀쩡한 가로수가 잘린 모습. 최진우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제공.
인천시 계양구의 ‘도시 바람길 숲’ 사업으로 멀쩡한 가로수가 잘린 모습. 최진우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제공.

“50년 넘게 잘 자란 가로수를 잘라내고, 소나무를 심는 게 ‘도시 바람길 숲’ 사업인가요?”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

21일 정오께 찾은 인천시 계양구 계산역 3번 출구 앞 경명대로. 가로수 39그루가 싹둑 잘려나가 야트막한 밑동만 남아 있었다. 잘린 나무 대부분은 목백합(튤립)나무와 버즘나무(플라타너스)로, 큰 것은 지름이 60~70㎝에 달했다. 가지치기로 앙상하게 헐벗은 가로수 40여그루가 주변에 을씨년스럽게 서 있었다.

인천 계양구가 ‘도시 바람길 숲’ 사업을 한다며 멀쩡한 가로수를 베어내 논란이 되고 있다. 계양구의 경명·계양대로에 소나무를 심는 계획은 2020년 산림청 국비보조사업인 ‘도시 바람길 숲 사업’에 선정됐다. 구는 지난해 이 도로에서 가로수가 없는 곳에 소나무 233그루를 심었고, 올해 목백합나무, 버즘나무 339그루를 베어내고 소나무 379그루를 추가로 심을 계획이다. 실제 이달 18일부터는 기존 가로수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가 지난해 10월 진행한 ‘2021년 가로수 안전 진단 용역’ 결과, 벌목 예정 가로수 가운데 157그루는 생육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잘린 나무 39그루의 밑동을 분석한 최진우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밑동이 작은 것들은 소나무로 보이는데 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나무를 분석했을 때, 일부 나무 밑동 중간에 썩은 부분이 있지만, 주변이 건강해 기능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21일 정오께 인천시 계양구 경명대로를 따라 서 있던 가로수가 잘려나가 밑동만 남아 있다.
21일 정오께 인천시 계양구 경명대로를 따라 서 있던 가로수가 잘려나가 밑동만 남아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소나무는 미세먼지 저감 능력이 우수하지만, 내공해성이 약해 차량 통행이 잦은 곳의 가로수로는 권장되지 않는 수종”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가로수가) 풍성하게 잘 자라고 숲 그늘이 넓어야 하는데, 앙상한 소나무를 심는 건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최 목사 등의 민원 제기에 산림청도 이날 계양구에 작업중지 의견을 보냈고, 구는 시공업체에 작업중지를 명령했다.

남상근 계양구 공원녹지과장은 “활엽수는 낙엽도 많고 뿌리가 빨리 자라 보도블록을 훼손하고 태풍에 취약해 얻는 이익보다 불이익이 더 크다”며 “그동안은 가로수를 심을 때 녹음이 얼마나 많이 우거지는지가 중요해 활엽수를 많이 심었다면, 이제는 가로수 관리 측면에서도 소나무가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