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인고속도 인근에 도로에 인천 컨테이너터미널에서 화물고정 작업 노동자가 야드 트레일러에 치여 숨진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결정을 비판하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지난 12일 인천항 컨테이너터미널에서 화물고정 작업을 위해 부두뜰(하역작업장)에 진입하던 노동자 ㄱ(42)씨가 우회전하던 야드트레일러(컨테이너트레일러)에 치여 숨졌다. 하지만 하역사업자는 일찌감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왜일까?
24일 노동청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사고는 항만구역의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 하역사업자 아이시티(ICT)가 하역작업이 이뤄지는 부두뜰에 차량 유도자나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아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노동청은 아이시티와 ㄱ씨를 직접 고용한 원광공사 등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는 항만 하역작업의 복잡한 계약구조 때문이다.
항만 하역작업은 선주·화주와 계약한 항만 하역업체가 야드트랙터 작업 업체 등과 용역계약을 한 뒤 진행된다. 다만 화물고정·줄잡이·검수·검량 등은 하역업체를 통하지 않고 선주가 별도 업체와 직접 계약한다. 이런 작업을 하는 노동자도 항만 노동자지만, 하역업체와 계약관계를 맺지 않았기에 사고가 나도 하역업체의 책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도 ㄱ씨를 고용한 화물고정 업체 원광공사는 선주인 고려해운과 계약을 했을 뿐, 하역사업자인 아이시티와는 계약하지 않았다. 결국, 중대재해가 발생했지만 아이시티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할 수 있었다.
24일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화물고정 노동자가 인천항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숨진 사고와 관련해 제대로 된 중대재해 대책을 수립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박선유 조직국장은 “하역업체가 아닌 선주와 별도 계약하는 노동자들은 작업 중 사고를 당해도 원청이나 하역업체의 책임 소지가 약해진다. 정부가 특별안전 대책을 수립했는데 이런 부분이 잘 지켜지는지 의문”이라며 “하역업체를 중심으로 항만 하역작업의 계약구조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2021년 5월 내놓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항만에서의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도 “(하역작업 중에는) 계약관계의 차이에 의해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특정 노동자는 항만에서 노동을 제공하지만, 노무계약은 선주와 맺어 이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 운영사(하역사)는 실제로 관리·감독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 항만운영과 쪽은 “하역작업 계약구조를 일원화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사적인 계약을 법으로써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글·사진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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