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에 들어선 대부도 에너지타운 전경. 이곳에는 수소연료전지와 태양열발전 시설, 소형 풍력발전 시설이 들어서 있다. 안산시 제공
지난달 17일 오전 경기 시흥시 오이도에서 안산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 끝자락에 다다르자 대형 풍력발전기들이 연신 ‘윙~윙~’ 소리를 내며 돌고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설치한 풍력발전기를 지나자 ‘대부도 에너지타운'이 눈에 들어왔다. 2019년 12월 준공된 에너지타운은 연료전지(440㎾) 2기, 태양광발전 시설(240㎾), 소형 풍력발전기(3㎾) 7대가 밀집된 신재생에너지 생산단지다. 연료전지는 엘엔지(LNG·액화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에너지타운에서 생산하는 발전량의 95%를 차지하는 핵심시설이다.
안산 대부도와 반월국가산업단지 일대가 ‘신재생에너지 허브’로 떠올랐다. 이 지역은 2019년 1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수소시범도시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신재생에너지 특구로 지정됐다. 전국 최초로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그린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의 생산부터 이송, 활용까지 한 도시 안에서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전세계가 지향하는 탄소중립사회 속 도시 모델을 보여주는 미래도시인 셈이다.
연간 7200㎿가량 전기를 생산해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대부도 에너지타운은 안산시 출자기관인 안산도시개발 주식회사가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송구선 안산도시개발 운영팀장은 “수익성 면에서 아직 적자지만, 앞으로 알이시(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의무비율이 높아지면 경제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이시는 발전사업자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500㎿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을 채워야 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알이시를 구매해 충당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이 현재 12.5%에서 2026년엔 25%로 높아질 예정이어서 알이시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달 기준 알이시(㎿당) 가격은 평균 5만7000원 선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에너지타운 인근에 1000㎡ 규모의 에너지팜도 들어선다. 에너지타운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친환경 농장이다.
대부도 에너지타운을 운영하는 안산도시개발 관계자가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안산시는 내년 말까지 대부도와 반월국가산업단지,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 일대에 국·도비를 포함해 모두 902억원을 투입해 수소와 재생에너지 생산부터 이송, 활용까지 신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부도에서 20여㎞ 거리인 반월산단에는 하루에 수소 1800㎏을 생산하는 수소추출기 1기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수소는 지하에 매설된 관을 따라 2.5㎞ 떨어진 수소충전소까지 이송된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안산 수소 이(e)로움 충전소’에는 하루 평균 수소차 57대가 찾아와 충전한다. 이날도 수소를 충전하려는 수소차들이 줄을 서 있었다.
김범수 안산도시개발 수소특구팀장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수소생산기지에서 연결된 배관으로 직접 수소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돼 운송비를 아낄 수 있다. 또 충전시간이 5분 정도로 다른 충전소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17일 경기 안산시 반월산단에 있는 ‘안산시 수소 이(e)로움 충전소’에서 수소버스가 충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 충전소는 인근에서 생산한 수소를 지하에 매설된 관을 따라 2.5㎞ 이송해 사용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대부도 초입 방아머리에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여기서 생산된 수소는 엘엔지 등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생산되는 ‘그레이수소’, 그레이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생산한 ‘블루수소’와 달리 재생에너지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생산된 ‘그린수소’다. 2011년부터 가동한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호조력발전소(254㎿)와 시화방조제 중앙에 설치된 풍력과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만들어진 전기로 물을 분해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안산시 위탁을 받은 한전케이피에스(KPS)가 하루 생산량 200㎏ 규모의 수전해 수소 생산 실증설비 구축과 설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실증에 성공하면 전국 최초의 그린수소 생산기지가 된다.
생산된 수소를 어떻게 사용할지도 계획돼 있다. 시는 올해 연말까지 수소충전소 3곳을 더 신설하고, 현재 수소버스 1대가 운행 중인 반월산단에 수소버스와 수소지게차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2040년까지 수소차 2000대 이상을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가스안전교육관, 수소에너지파크, 수소도시홍보관 조성 등의 연계사업도 펼친다. 노후화로 쇠퇴해가는 산업단지를 수소생산 및 연관산업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고, 친환경 도시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도 있다.
안산시 수소시범도시 사업 계획도. 안산시 제공
대부도와 시화멀티테크노밸리 11만3961㎡ 일대 신재생에너지 산업특구에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관광산업 활성화 등 9개 사업이 진행된다. 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지방재정투자심사 면제(지방재정법), 특허법, 도로교통법, 옥외광고물법, 도로법, 농수산물품질관리법 등의 규제에서 제외되는 6개 특례를 적용받는다.
2019년 기준 안산시에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는 26만7000TOE(석유환산톤·석유 1t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환산한 단위)로, 경기도 전체 생산량의 15.9%를 차지한다. 31개 시·군 가운데 최고치다. 지난해 기준 안산시의 전력자립도는 84.99%로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도 9.87%로 전국 평균(4.23%·2020년 확정치)보다 높은 편이다. 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30%까지 높이기로 했다.
안산시는 민간부문 동참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달 3일 ‘안산형 RE100 기본계획'도 발표했다. 그날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몰라 화제가 되기도 한 ‘RE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2050년까지 100%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다. 구글·애플 등 외국 첨단기업들은 물론 국내에서도 가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안산시는 관내 기업들이 지붕이나 옥상에 태양광 설비를 갖출 경우 지원하는 등 RE100 참여 기업 우대 방침을 밝혔다. 이를 통해 안산지역 전력사용량의 85%를 차지하는 반월산단과 시화멀티테크노밸리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산단 내 1만1000여개 기업 가운데 재생에너지를 20% 이상 사용하는 RE100 이행 기업은 지원사업 선정 때 가산점을 부여하고,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도입 및 그린 리모델링 이자 지원 등의 사업도 편다.
백현숙 시 에너지정책과장은 “대부도를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집약화로 탄소중립, 수소경제 기반을 마련한 안산시는 국내 ‘RE100'을 선도하는 도시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춰가고 있다”며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산업 환경의 변화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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