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6시쯤 11∼13살 청소년 대상 배드민턴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경기 용인시청소년수련관 체육관에서 수련관 소속 직원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제보 영상 갈무리
경기 용인시청소년수련관 직원들이 11∼13살 청소년 배드민턴 프로그램 수업 때마다 무단으로 코트 한곳을 차지하고, 경기를 즐겨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6시쯤 경기 용인시청소년수련관 체육관. 초교 고학년(11~13살) 대상 배드민턴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성인 남성 4명이 체육관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체육관 내 4개 코트 가운데 가장 끝 자리 한 곳에서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했다. 청소년 프로그램 수강 시간이 30분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남성들에게 내준 청소년 수강생 일부는 코트 밖에서 셔틀콕을 서로 주고받는 연습을 해야 했다. 한 수강생 부모가 촬영한 동영상에는 이런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수강생 부모들이 담당 강사에게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왜 성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운동을 하느냐'고 따졌지만,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가 확인한 결과, 해당 성인 남성 4명은 용인시청소년수련관에서 근무하는 수영강사로 파악됐다. 청소년 배드민턴은 이번에 처음 개강한 프로그램으로, 이달 3일부터 매주 화·목요일 오후 5시부터 6시30분까지 진행된다. 3~10일까지 모두 3차례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마다 수련관 소속 직원들도 배드민턴 코트 한곳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드민턴 강사는 이런 사실을 수강생이나 부모에게 공지하거나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청소년수련관 쪽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 일과 이후 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담당 강사와 협의하고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체육관을 대관해서 프로그램만 진행하는 외부 강사가 ‘갑'인 수련관 직원 요구를 거부할 수 없어서 벌어진 ‘갑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수강생 부모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7시부터 자유배드민턴 프로그램이 있어서 만만한 청소년 시간대를 침범한 것”이라며 “직원 갑질에 강사도 어쩔 수 없이 코트를 내준 것 아니겠냐”고 했다.
오장석 용인시청소년수련관 교육문화팀장은 “직원들이 프로그램 운영 시간대에 사용한 것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며 “수강생과 부모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방침이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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