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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빨간 벽돌 찍어내던 호프만식 공장, 수원 ‘영신연와’ 철거 위기

등록 2022-03-15 14:34수정 2022-03-15 14:42

국내 유일 원형 보존…산업유산 가치 충분
고색지구 개발대상 포함…시 “존치 모색”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있는 옛 벽돌제조공장 ‘영신연와’가 운영을 멈춘 지 30년 가까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있는 옛 벽돌제조공장 ‘영신연와’가 운영을 멈춘 지 30년 가까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경기 수원시에는 빨간 벽돌을 굽던 거대한 가마와 굴뚝 등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벽돌공장 ‘영신연와’가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은 ‘호프만식 가마’가 원형 그대로 보존된 것으로, 수원에 남은 마지막 산업유산이다. 호프만식은 긴 타원형으로 가마를 배치해 벽돌생산 과정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한 방식이다. 이 공장이 고색지구 도시개발사업 구역에 포함되면서 철거될 위기다. 시와 시민단체 등이 보존 방안을 찾고 있지만, 대규모 주택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조합이 반대하고 있다.

15일 수원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일제강점기 이후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영신연와는 수원의 유지였던 박지원씨가 이 터를 매입해 1973년 완공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1980년대 연간 1천만장의 붉은 벽돌을 쉴 새 없이 굽던 이 공장은 1990년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쇠퇴하기 시작해 1993년 가동을 중단했다. 30년 가까운 세월 방치되면서 건물 외벽은 낡았지만, 22개의 가마와 높이 44.5m에 이르는 굴뚝이 남아 있다. 공장 노동자가 사용하던 사택 4동 일부엔 여전히 당시 일하던 노동자 6명이 거주하고 있다.

영신연와 내부 가마 모습. 수원시 제공
영신연와 내부 가마 모습. 수원시 제공

하지만, 2012년 영신연와를 포함한 인근 24만8천㎡ 일대가 320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고색지구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영신연와 공장도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2018년부터 ‘영신연와 지키기 시민모임’이 구성돼 산업유산 존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유재산이어서 존치 및 문화재 등록 등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는 2020년 ‘수원 영신연와 벽돌공장 일원 기록화 조사 용역’을 통해 근현대 산업유산의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영신연와와 관련한 각종 자료 등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영신연와에 대한 이야기와 노동자들의 구술도 채록해 뒀다.

영신연와의 가치를 널리 알리려는 시도도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영신연와 지키기 시민모임은 지난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관한 제19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 공모전에 영신연와를 제출해 ‘미래세대지킴이상’을 수상했다. 배우이자 연출가 서승원씨는 영신연와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도 제작 중이다.

구연주 시 문화예술과 문화재활용팀장은 “마지막 남은 산업유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고색지구 도시개발조합과 존치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기록화하는 작업도 계속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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