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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8천만원 ‘가로수 학살’…힐튼 호텔 앞 70그루 다 벴다

등록 2022-04-12 04:59수정 2022-04-12 09:52

분당·판교 명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더블트리 바이 힐튼 호텔’ 쪽 제거 신청
분당구청 ‘도시숲 관리 조례’ 근거로 승인
30년생 70여그루…개당 404만원씩 받아

시민단체 “이식 노력 있었나…생태학살 조례”
분당구 쪽 “차로 1개 더 필요…사고 위험 고려”
왼쪽 사진은 ‘분당·판교의 명물’로 불리던 경부고속도로 판교 나들목 인근의 울창했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의 지난해 여름 모습. 오른쪽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유일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새로 짓는 5성급 호텔의 진출입로와 교통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무참히 훼손된 모습. 분당구는 30년 넘은 가로수 70여그루를 베어내는 일종의 보상금으로 호텔 쪽으로부터 한그루에 4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독자 제공·(오른쪽)김기성 기자
왼쪽 사진은 ‘분당·판교의 명물’로 불리던 경부고속도로 판교 나들목 인근의 울창했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의 지난해 여름 모습. 오른쪽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유일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새로 짓는 5성급 호텔의 진출입로와 교통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무참히 훼손된 모습. 분당구는 30년 넘은 가로수 70여그루를 베어내는 일종의 보상금으로 호텔 쪽으로부터 한그루에 4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독자 제공·(오른쪽)김기성 기자

경부고속도로 판교 나들목에서 성남시 분당구로 이어지는 왕복 6차로 500여m는 ‘분당·판교 명물’로 불리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로 30년 가까이 시민들을 품어왔다. 하지만 최근 도로 옆 5성급 호텔 신축 공사가 진행되면서 공사장 앞쪽 200여m 구간 가로수 70여그루가 무참히 잘려나갔다. 인도 양쪽에 3~4m 간격을 두고 빼곡히 심어졌던 아름드리 가로수는 밑동만 덩그러니 남았고, 잘려나간 그루터기 위에는 빨간색 안전 고깔이 놓였다.

‘가로수 학살’ 사건 발단은 2015년 1월 성남시 소유 땅 분당구 정자동 3-2 일대 1만8884㎡(잡월드 옆)에 ㈜베지츠종합개발이 호텔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30년 동안 유상 임대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다. 베지츠종합개발 쪽은 2017년 2월 교통영향평가, 3월 경관심의위원회 심의를 마쳤다. 시는 이어 같은 해 6월10일 지하 4층, 지상 21층, 객실 602개 규모 5성급 호텔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 건축허가를 내줬다. 호텔은 오는 10월 준공될 예정이다.

2018년 6월4일 호텔 신축을 위한 경관변경심의위원회에서 일부 심의위원은 ‘울창하고 아름다운 가로수길 최대한 존치’ 의견을 냈다. 이에 시행사 쪽은 “차량 진출입로만 가로수를 제거하고 나머지는 옮겨 심겠다”는 방안을 내놨다고 한다. 하지만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시행사 쪽은 올해 1월 분당구청에 가로수 제거를 신청했고, 분당구청은 단 한차례 보완을 요구한 뒤 2월17일 이를 승인했다. ‘성남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의 “가슴 높이 줄기 지름 25㎝ 이상(뿌리 지름 30㎝ 이상)의 대경목, 병해충 피해목, 노쇠목 등 옮겨 심은 후 활착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수목은 제거해도 된다”는 대목이 벌목 승인 근거로 제시됐다. 결국 올해 3월26일과 27일 호텔 앞 가로수는 모두 베어졌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성남시 조례는 생태학살법이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분당 지역 (지름 30㎝ 이상 큰 나무인) 대경목은 모두 사라질 것”이라며 “경관심의 뒤 4년 동안 이식을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번 가로수 학살은 이식에 따른 비용 문제가 고려됐을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와 관련해 분당구 쪽은 “호텔 앞에 1개 차로가 더 필요하다는 교통영향평가 변경심의 결정이 나왔고, 가로수가 모두 대경목이어서 이식 뒤 활착이 불확실하고 안전사고 위험도 커 가로수 제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30년생 가로수 70여그루를 제거하도록 승인한 분당구청은 대신 업체 쪽으로부터 한그루에 404만여원을 부담금(일종의 보상금)으로 받았다.

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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