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 재개발 구역에 있는 연태성(61)씨의 유기견 보호소 옆으로 철거 중인 재개발 구역 모습이 보인다. 이승욱 기자
“이 친구는 남양주 개농장에서 구출해서 이제 겨우 보호소에 적응했는데….”
25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에 있는 전도관 재개발 구역 언덕에 올랐다.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는 연태성(61)씨가 보호견들의 ‘산책 훈련’을 위해 문을 나서고 있었다. 연씨는 여러 보호견 중에서도 두살짜리 ‘몬드’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다. 몬드는 진돗개와 시베리안허스키의 잡종견이다. 지난해 5월 개물림 사고가 발생한 남양주 개농장에서 구출돼 7개월 전 이곳에 왔다. 처음 왔을 때는 사람을 극도로 경계했지만, 요즘은 연씨를 곧잘 따른다.
25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 재개발 구역에 있는 연태성(61)씨의 유기견 보호소 옆으로 철거 중인 재개발 구역이 보인다. 이승욱 기자
유기견 보호소는 2008년 시작된 재개발 사업의 산물이다. 이주하는 주민들이 남기고 간 개들이 무리를 이뤄 동네를 배회했다. 보다 못한 연씨가 개 13마리를 거둔 게 2011년이다. 이후 부천 개농장, 시흥 개농장 등에서 개를 구조해 한때 수용 규모가 150마리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재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유기견 보호소도 철거될 처지에 몰렸다. 보호소가 자리 잡은 땅은 재개발조합이 낸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다음달 1심 결과가 나온다. 보호소 옆 연씨 집은 1심에서 패소했다. 보호소 땅의 명도소송 결과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연씨는 예상한다.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생각한 연씨는 지난해만 70여마리를 입양 보냈고, 올해도 약 30∼40마리를 새 주인을 찾아 내보낼 계획이다. 이날 산책 훈련도 입양 전 사람과 유대 관계를 쌓기 위한 차원이다.
연태성씨의 유기견보호소에 머무는 개들이 쉬고 있는 모습. 위에서 두번째에 앉아 있는 ‘몬드’는 남양주 개농장에서 구조된 뒤 입양을 준비 중이다. 계양산 개농장에서 구조된 에이미(맨 밑)도 몬드와 마찬가지로 입양을 준비 중이다. 연태성씨 제공
연씨는 “조합에서는 5월30일까지 비워달라고 한다. 사람인 나는 떠나도 어떻게든 살 수 있다. 하지만 개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입양을 보내고, 사람을 따르지 않아 새 주인을 찾기 어려운 개들을 위해 새 장소를 찾아 보호소를 계속 운영하려고 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보호소는 임대차 계약 없이 버려진 사유지를 무단 점유한 상태로 운영돼 보상비도 받을 수 없다. 연씨는 “이사비라도 마련해보려고 재개발조합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잘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연씨가 2021년 입양 보낸 개의 사진을 찍어 만든 2022년 달력. 이승욱 기자
재개발조합 쪽은 “연씨가 영리를 목적으로 보호소를 운영해오지 않았다는 걸 안다. 이전 비용 문제를 협의 중이니 지켜봐달라”고 했다. 민운기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는 “유기견 보호소는 행정기관이 해야 할 일을 민간이 대신해온 사례”라며 “인천시와 미추홀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전도관 재개발 사업은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옛 전도관 일대 6만9428㎡ 땅에 공동주택 18개 동 1705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