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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17년 불법파견, 15%만 발탁채용…“안 받으면 해고”

등록 2022-05-01 18:14수정 2022-05-02 02:31

지난달 28일 한국지엠 정문 앞에 마련된 농성장 모습. 이승욱 기자
지난달 28일 한국지엠 정문 앞에 마련된 농성장 모습. 이승욱 기자

“불법파견 17년을 버텼는데, 노동절을 앞두고 결국 해고를 당해버렸네요”

지난달 28일 오후 한국지엠 부평공장 앞 농성장에서 만난 한원덕(52)씨는 “겨울 끝나고 봄에 농성하는 게 다행”이라며 쓸쓸히 웃었다. 한국지엠은 1일 불법파견 논란을 빚은 사내하청 노동자 가운데 26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특별발탁 채용을 단행했다. 이날 채용된 260명은 고용노동부 등에서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1719명의 15%에 불과하다. 앞서 한국지엠은 지난 3월 특별발탁 채용을 진행하기 위해 1차 사내하청 업체 5곳에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한국지엠의 특별발탁 채용 대상이 2·3차 사내하청 노동자 등 정부가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대상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3월24일 ‘한국지엠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3차 특별협의’에서 15% 특별발탁 채용안을 노조에 제시한 뒤 추가 협의 없이 채용 계획을 확정했다. 특별발탁 채용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노동자는 그대로 해고 처리됐다.

회사의 특별발탁 채용 대상에 포함됐던 한씨는 정규직 전환 대신 해고를 선택했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2004년 비정규직 신분으로 입사한 한씨는 2015년 불법파견 해소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다 2019년 해고됐다. 2021년 6월 복직했지만 1년도 안 돼 다시 해고된 한씨는 “회사에서 비정규직 노조와 직접 교섭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너무 적었다. 무척 화가 났다”고 했다.

회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한씨와 함께 해고된 권아무개(44)씨도 이미 2년 넘게 해고됐던 경험이 있다. 권씨는 “2년6개월 해고 기간에 노조 전임자 일을 하면서 이번 특별발탁 채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노동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분들을 생각하니 도저히 채용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1차 사내하청 노동자 중 간접 공정 업무를 하는 노동자, 2·3차 사내하청 노동자 모두 같이 일하는데 회사는 자신들의 기준으로 이들의 불법파견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별협의도 말만 교섭이고 협의였지,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자리에 지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지엠의 특별발탁 채용 제안을 수용한 ㄱ(44)씨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ㄱ씨는 “개인적인 이유로 채용을 받아들였지만, 이번에 돌아오지 못한 분들한테 왜 미안함이 없겠나. 회사에 들어가서 그들이 돌아올 수 있게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중 회사의 특별발탁 채용을 거부한 노동자는 13명이다. 이들은 2일부터 정규직 신분으로 공장에 출근하는 대신, 해고자 신분으로 공장 앞 농성장으로 향할 계획이다. 한씨와 권씨는 “첫번째 해고 때는 절망적이었다. 해고자 생활도 이제는 경험이 쌓여 마냥 두렵지만은 않다”고 했다.

회사는 ‘선별채용’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노조는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고 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 우리로선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3월25일 오후 2시30분께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이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문제 해결 제시안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승욱 기자
3월25일 오후 2시30분께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이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문제 해결 제시안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승욱 기자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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