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굴업도 목기미 해변에 방치된 해양 쓰레기. 목기미 해변은 굴업도의 두개 섬을 이어주는 해변으로 사구와 석호 등 독특한 지형을 자랑하지만 해양 쓰레기의 침범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승욱 기자
지난 26일 찾은 인천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 한때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어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인구 32명(4월 말 기준)의 아름다운 이 작은 섬은 수년째 바다에서 밀려온 쓰레기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날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큰말’ 해변 모래사장은 어디서 왔는지 가늠하기 힘든 쓰레기로 가득했다. 양식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표부터 낚시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밧줄, 페트병 등 종류도 다양했다.
굴업도의 독특한 지형으로 꼽히는 사구와 석호 주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구와 석호로 이름난 섬 북동쪽에 있는 목기미 해변에서는 소주병, 부탄가스통, 전구, 맥주 캔과 단종된 주방 세제 상자가 모래에 파묻혀 있었다. 곳곳에 나뭇가지 뭉치도 눈에 띄었다. 기자와 같은 날 굴업도를 찾은 김아무개씨는 “한달에 한번 정도는 굴업도에 온다. 한달 전보다 쓰레기가 더 늘어난 것 같다”며 “여러달 동안 쓰레기가 방치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해양 쓰레기 수거는 지난해까지 굴업도 주민들이 도맡았다. 옹진군이 주민 2명을 ‘바다 환경 지킴이’로 뽑아 쓰레기 수거를 맡겼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킴이’들은 손을 놨다. 2명이 감당할 수 있는 작업량이 아닌데다 받는 보수도 넉넉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옹진군이 1억5천만원 예산을 들여 해양 쓰레기 처리용 트랙터를 굴업도에 투입했지만 이 역시 쓰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동안 쓰레기가 방치된 것 같다”는 김씨의 어림짐작이 틀리지 않았던 셈이다.
굴업도 주민 최선엽씨는 <한겨레>와 만나 “작년까지는 주민들이 해양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벌였는데 이제는 안 하고 있다”며 “트랙터도 한두번 시험 삼아 운영했지만 제대로 사용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마을 이장을 맡은 이해준씨도 “누가 운영하고, 기름은 어디서 받는지 등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트랙터만 들어왔으니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 쓰레기는 굴업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천시 통계를 보면, 2016~2020년 수거한 인천의 해양 쓰레기는 2만5932톤에 이른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4640톤에서 2020년 6589톤으로 수거량이 크게 늘었다. 인천시가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 해양환경정화선 ‘시클린호’를 이용해 수거한 해양 쓰레기도 178톤 내외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인천시가 지난해에 마련한 ‘인천시 해양 쓰레기 저감 종합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천녹색연합은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낸 논평에서 “육상 쓰레기의 바다 유입을 막기 위한 ‘부유 쓰레기 차단막’이 설치된 곳은 인천 굴포천 귤현보와 강화도 염하수로 부근 2곳에 그친다. 접근이 어려운 섬은 여전히 많은 쓰레기가 방치되고 있다”며 “(양식용) 스티로폼 부표를 대체할 ‘친환경 부표’도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종합계획에서 2022년 부유 쓰레기 차단막을 기존 1곳에서 3곳까지 늘리고 김·굴 양식장에서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관홍 인하대 교수(해양과학과)는 “인천에 유·무인도가 약 170곳 있는데 섬마다 해양 쓰레기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 다르다. 하지만 개별 섬의 해양 쓰레기 발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해양 쓰레기 발생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에 정부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옹진군이 해양 쓰레기 수거를 위해 굴업도에 제공한 트랙터가 방치된 모습. 가까이서 보면 바퀴 곳곳에 거미줄이 쳐 있다. 이승욱 기자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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