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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경력에도 국선 맡아 어려운 이들 도운 변호사였다”

등록 2022-06-10 18:01수정 2022-06-11 02:30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희생자 빈소 표정
10일 오후 3시30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법률사무소 방화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지고 있다. 이승욱 기자
10일 오후 3시30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법률사무소 방화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지고 있다. 이승욱 기자

10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희생자 빈소가 마련된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선 유족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장례 절차 등을 논의했다. 유족 대표인 ㄱ씨는 “대구지방변호사회의 협조를 얻어 관할 구청, 대구시와 장례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 시민들의 조문은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저녁 6시 이후 시작됐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방화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김아무개 변호사에 대해 “경력이 22년이 됐는데도 국선 변호사 일을 했다. 어려운 사람을 항상 생각하고 후배 변호사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 법조인이었다”고 회고했다. 오후 김 변호사 빈소를 찾은 황영수 대구지법원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모든 물리력으로부터 변호사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즉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해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다 동료를 잃은 지인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다. 20년 동안 김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했다는 ㄴ씨는 “서부지원에 제출할 서류가 있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 머무르다 뉴스를 봤다. 재판 잘 하고 승소해서 분위기가 좋았는데, 졸지에 동료 6명을 잃어버렸다”고 눈물을 훔쳤다. 김 변호사 사무실에서 10여년간 일했다는 ㄷ씨는 방화 용의자가 소송에서 일부 패소한 뒤 상대 쪽인 배아무개 변호사가 일했던 김 변호사 사무실로 연락해왔다고 설명했다. ㄷ씨는 “사무실로 전화가 여러차례 왔고 이번 사건 전에는 한 번 직접 찾아와서 욕을 했다고 들었다”며 “사무실이 경비를 세워놓고 지킬 수 없는 구조다. 옆방 사무실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제도 욕을 하면서 ‘모두 죽인다, 못 나간다’고 소리질렀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구변호사회는 이날 오후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합동분향소를 차렸다. 합동분향소는 오는 13일 오전까지 운영된다.

10일 오후 3시30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법률사무소 방화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지고 있다. 이승욱 기자
10일 오후 3시30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법률사무소 방화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지고 있다. 이승욱 기자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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