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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아닌 금치”…“내일부터 폐업입니다” 곳곳 아우성

등록 2022-07-14 11:44수정 2022-07-15 02:31

용인시 자체 물가 조사 동행기
코로나19에 손님 줄고, 식자재값 인상까지
상인 “음식값 인상했지만, 버티기 버거워”
13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용인시 물가조사 모니터 요원’인 김동일씨가 채소류 판매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13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용인시 물가조사 모니터 요원’인 김동일씨가 채소류 판매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오늘이 마지막 영업일이에요. 고깃값이랑 야채값이 치솟는데,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네요.”

지난 13일 오후 2시, 경기 용인시 마평동의 한 돼지갈비 전문점에 들어선 ‘물가조사 모니터 요원’ 김동일씨가 돼지갈비 1인분 가격을 묻자 여성 종업원에게서 돌아온 답이다. 종업원은 “코로나19에 손님이 줄고, 식자재값까지 폭등해서 도저히 장사를 이어갈 수 없다”는 업소 사장의 딱한 사정을 건조한 어투로 전했다. 이날은 용인시가 처음 시행한 자체 물가 조사일이었다.

김동일씨와 빗속을 걸어 다음 조사 장소인 대형마트로 향했다. 포켓몬빵을 사려고 길게 늘어선 줄을 헤집고 마트 안으로 들어간 김씨는 감자, 배추 등 채소류와 곡물류, 각종 과일, 축산물, 수산물의 가격을 조사표에 빠짐없이 기록했다. 조사 대상 생필품은 모두 58개 품목이다. 국물용 마른멸치의 판매가격은 120g에 2900원이었는데, 김씨는 100g 환산 가격인 2416원으로 조사표에 기입했다. 상품과 규격이 같아야 가격 변동 여부를 쉽게 따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보러 나온 시민들 입에선 푸념이 쏟아졌다. 40대 주부 박아무개씨는 “10만원어치 장을 봐도 집에 가 장바구니를 풀어놓으면 먹을 게 없다. 채소와 고기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올랐다. 저 상추가격이 믿어지느냐”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7월 조사 때 100g에 1468원이던 상추는 이날 2480원에 팔리고 있었다. 마트 안 정육점을 운영하는 업주는 “올해 초부터 돼지고깃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산지 경매가가 1㎏당 8000원을 훌쩍 넘으니 소매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13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의 이발소에서 ‘용인시 물가조사 모니터 요원’인 김동일씨가 이용료를 확인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13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의 이발소에서 ‘용인시 물가조사 모니터 요원’인 김동일씨가 이용료를 확인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대형마트 2곳의 모니터링을 마치고 이번엔 가정식 백반집으로 들어갔다. 이 식당은 올해 2월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백반 가격을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렸다고 했다. 식당 주인 김유라씨가 말했다. “식자재 값을 비교한 뒤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하니 장보기가 배로 힘들어졌다. 가격이 30%가량 올라 원가를 맞추려면 발품을 더 팔아야 한다. 종업원 없이 부모님과 함께해서 그나마 버틴다. 인건비까지 나가면 벌써 문 닫았다.” 사정은 인근 다른 식당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은 문 닫은 식당도 많아 헛걸음하는 일도 잦았다. 상가 건물엔 공실을 알리는 ‘임대 문의’ 문구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김동일씨가 조사를 맡은 마평동은 용인의 원도심인 처인구 김량장동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이·미용업의 서비스 가격은 도심보다 저렴했다. 이날 방문한 이발소와 미용실 5곳 모두 성인 남성 커트는 평균 1만~1만2천원, 여성 파마는 4만원 수준이었다. 10년째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미용사 함영숙씨는 “염색약, 파마약 같은 재료값이 다 올랐어도 동네 장사하는 처지에선 덩달아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 다행히 시내보다 임대료가 저렴해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동네 곳곳을 누빈 김씨는 “작년하고 비교하면 식재료값 인상이 두드러진다. 서민 장바구니가 가벼워지는 것을 현장에서 숫자로 체감하게 되니 착잡하다”고 했다.

용인시의 물가조사는 한 달에 3차례씩 같은 요일에 현장을 찾아가 조사하는 방식으로 오는 10월까지 계속된다. 용인에서 활동하는 물가조사 요원은 구마다 6명씩 모두 18명이다. 임병완 시 지역경제과장은 “중앙정부의 조처와는 별개로 물가 안정을 위해 장바구니 물가동향을 꼼꼼하게 살피고, 기초단체 차원의 대응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 가겠다”고 밝혔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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