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합의제 기관(위원회) 정비 방안이 발표된 뒤 후폭풍이 거세다. 위원회 정비가 졸속으로 이뤄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8일 <한겨레> 취재 결과, 인천시가 정비 대상 위원회를 정하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불충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위원회는 담당 부서의 존치 요구에도 위원회 통폐합 결정이 내려졌고, 이 과정에서 소속 위원들의 의견도 듣지 않았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달 29일 270개 위원회 중 25개(기존 폐지 위원회 2개 제외)를 통폐합·정비하는 위원회 정비 방안을 내놨다. 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장위원회, 물가대책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시민건강위원회, 독서문화진흥위원회, 아트센터인천 운영자문위원회 등 6곳이 통폐합 대상 위원회로, 나머지 19개 위원회는 비상설위원회 전환 대상 위원회로 분류됐다.
통폐합 대상에 오른 6개 위원회 중 3곳과 호흡을 맞춰온 인천시의 각 담당 부서는 통폐합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행정 조직에서 위원회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담당 부서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장위 업무를 관장하는 인천시 노동정책과 쪽은 <한겨레>에 “(위원회가) 지난해 5월에야 만들어져서 회의 실적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올해부터는 중요성이 커져서 존치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업무를 보는 인천시 전략산업과 쪽도 “과학기술진흥협의회로 통폐합되는 4차산업혁명위는 과학기술진흥협의회와 업무 성격이 서로 다르다. 반대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아트센터인천운영과도 “아트센터인천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라서 위원회의 한시 존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정비 대상에 오른 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의견 청취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계양산보호위는 계양산보호종합계획과 보호방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해야 할 역할이 많다. 습지보전위도 인천 갯벌 훼손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비상설로 전환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위원 의견 청취 없는 정비계획 추진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계양산보호위와 습지보전위 등 두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에너지위와 습지보전위에서 활동하는 인천환경운동연합를 이끄는 박옥희 사무처장도 “에너지위는 2050탄소중립을 위해 책임이 막중하고 습지보전위도 제2순환선·배곧대교의 람사르습지 통과 및 세계자연유산 등재 문제로 상설위원회로 꼭 필요하다”며 “단 한번의 상의 없이 단순히 위원회 개최 건수 등을 가지고 위원회를 구분하는 것이 제대로된 평가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소속 위원회가 정비 대상에 오른 사실을 인천시 발표를 본 뒤에 알았다는 위원들도 여럿이다.
인천시 민간협력과 쪽은 “7월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했고 담당 부서도 3일에 걸쳐 만나, 정비 방향의 합의에 이른 위원회를 정비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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