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 조봉암 선생의 맏딸 고 조호정 여사. 유족 제공
조봉암(1899~1959) 선생의 맏딸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조호정 여사가 26일 오전 1시21분께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 죽산조봉암기념사업회는 이날 고인이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 암 투병 중 숨졌다고 밝혔다.
1928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고인은 독립운동을 하던 부친이 일제 경찰에 붙잡혀 신의주 감옥으로 압송되자 이듬해 1933년 어머니(김이옥)와 함께 귀국해 인천에서 살았다. 1950년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한국전쟁 중 국회부의장이던 부친의 비서로 활동했다. 1955년 시인이자 영화감독이던 이봉래(1922~1998) 전 예총 회장과 결혼했다.
1955년 결혼식 피로연 때. 맨 왼쪽 신랑 이봉래, 세번째 부친 조봉암, 네번째 신부 조호정씨이다. 유족 제공
1959년 진보당 당수였던 죽산이 이승만 정권에 의해 간첩 누명을 쓴 채 사형당한 이후 고인은 기념사업회를 꾸리고 평생을 아버지의 복권을 위해 애썼다. 2006년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고 이듬해 국가가 조봉암 선생에 대한 사과와 피해구제,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결정문이 나오자 2007년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1991년 이모부인 윤길중 의원이 청원을 제출한 지 20년 만인 2011년 1월20일, 대법원은 조봉암 선생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일제 강점기 국방헌금 납부 등 행적이 불분명하다며 세차례나 독립유공자 인정을 거부했다. 고인은 아버지의 완전한 명예회복 순간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지난 8월엔 인천시를 통해 ‘조호정 여사 구술 채록집-나의 아버지 조봉암'(가제)을 펴내기도 했다.
유족은 딸 이성란씨와 사위 유수현씨가 있다. 호상은 이모세 죽산조봉암기념사업회장이 맡았다. 빈소는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발인 28일 오전 8시40분이다. (02)2227-7590. 김경애,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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