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수도권

1인가구 외로움 보듬는 ‘동물인형치료’ 아시나요

등록 2022-12-05 07:00수정 2022-12-05 14:54

지난 1일 서울 도봉구가족센터의 ‘1인 가구 중장년 자기돌봄 동물인형치료’에 사용된 다양한 동물 피규어의 모습. 손지민 기자
지난 1일 서울 도봉구가족센터의 ‘1인 가구 중장년 자기돌봄 동물인형치료’에 사용된 다양한 동물 피규어의 모습. 손지민 기자

“내가 되고 싶은 동물이 무엇인지, 피규어를 골라보세요.”

진행자의 주문에 잠시 고민하던 한 참여자가 손바닥만한 사자를 집어들고 말했다. “동물의 우두머리라서 골랐어요. 사자가 된다면 굳이 다른 가족들을 신경 쓰지 않고 내 인생을 살고 싶어요.”

지난 1일 서울 도봉구가 운영하는 1인가구 프로그램 ‘1인가구 중장년 자기돌봄 동물인형치료’(동물인형치료) 현장을 찾았다. 이날이 3회차였다. 이날은 자기가 바라는 자신의 모습을 동물로 표현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중·장년 1인가구 참여자 4명이 동물을 매개로 과거 각자가 가족 안에서 겪었던 아픔과 인간관계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동안 참여자들은 맞장구를 치고, 고개를 끄덕이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촉촉해진 눈가를 훔쳤다.
지난 1일 서울 도봉구가족센터에서 ‘1인가구 중장년 자기돌봄 동물인형치료’를 진행하는 손윤경씨가 이날의 프로그램 진행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손지민 기자
지난 1일 서울 도봉구가족센터에서 ‘1인가구 중장년 자기돌봄 동물인형치료’를 진행하는 손윤경씨가 이날의 프로그램 진행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손지민 기자

동물인형치료는 도봉구가 올해 처음 시도하는 1인가구 프로그램이다. 모두 4회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동물로 자신과 가족을 표현하고, 나만의 동물인형을 직접 만드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이곳에선 서로를 나비, 판다, 호랑이, 용 등의 이름으로 부른다. 동물 피규어는 한가지가 아니다. 토끼 하나만 해도 큰 토끼, 작은 토끼, 웃는 토끼, 흰토끼, 회색 토끼 등 종류가 다양하고, 이런 피규어 수백개가 이 프로그램에 사용된다.

진행자 손윤경(59)씨는 “1인가구가 외로움과 상처 등이 많다. 동물을 매개로 숨겨왔던 나의 감정을 드러내고, 나의 의지와 원가족의 의지 등을 돌아보면서 자아를 확장해 나가는 계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 참여자는 “구체적인 동물을 매개로 나를 표현하다 보면 나 자신을 정확하고 빨리 인지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1인가구 참여 프로그램이 이것 말고도 많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 올라온 프로그램 현황 데이터를 보니, 올해(11월30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가 운영한 1인가구 참여 프로그램은 모두 630개였다. 주제별로는 ‘외로움’ 110개, ‘주거’ 45개, ‘안전’ 43개, ‘일자리’ 25개, ‘질병’ 24개 등이다. 연령별로는 10∼30대 대상이 93개, 40∼60대 이상 대상이 58개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한다. 외로움을 나누는 자조 모임이나 심리상담, 요리, 운동, 정리·수납, 경제교육 등을 내용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지난 1일 서울 도봉구가족센터에서 ‘1인가구 중장년 자기돌봄 동물인형치료’를 진행하는 손윤경씨가 수백개의 동물 피규어를 정리하고 있다. 손지민 기자
지난 1일 서울 도봉구가족센터에서 ‘1인가구 중장년 자기돌봄 동물인형치료’를 진행하는 손윤경씨가 수백개의 동물 피규어를 정리하고 있다. 손지민 기자

최근 비건, 반려식물 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1인가구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생겼다.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지난 10월 비건 요리를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인 ‘비건 채크(check) 1n’, 광진구에서는 지난 7월 원예 집단상담 프로그램이 운영되기도 했다. 서대문구가족센터 관계자는 “비건에 관심은 있었으나 혼자서는 도전하기 어려워하는 청년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끼 식사가 될 수 있는 비건 요리 프로그램을 열었다”며 “코로나19로 만남이 축소된 상황에서 같은 1인가구끼리 함께 모여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좋았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서울에 사는 1인가구는 지난해 기준 149만명으로 전체 가구의 36.8%에 이른다. 도봉구가족센터 관계자는 “1인가구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이 때문에 공감대를 함께 풀어낼 수 있도록 생애주기가 비슷한 청년, 중·장년으로 나눠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