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수도권

이재명 전 비서실장 유서엔…‘수사 억울’ ‘내려놓으시라’

등록 2023-03-10 14:48수정 2023-03-12 17:04

유서 내용 일부 흘러나와
극단적 선택 이유 여전히 불확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할 당시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아무개(65)씨의 극단적 선택 배경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손바닥 크기 노트 6쪽 분량의 유서에 담긴 내용 일부가 흘러나오면서 다양한 해석과 주장만 나온다. 전씨가 10년 남짓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일하면서 한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을 찾아 조문을 할 예정이다.

고인이 남긴 유서에 어떤 내용이?

전씨의 극단적 선택 배경을 가늠할 수 있는 실마리는 그가 남긴 6쪽 분량의 유서다. 지난 9일 저녁 6시40분께 배우자 신고로 전씨 자택에 출동한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한 장소 주변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유서를 확보했다.

유서에는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이재명 대표 정치 그만 내려놓으시라” 라는 취지의 문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이 유서 공개에 반대한 상황에서 주변인들 전언으로만 확인되는 내용이다. 전체 유서 분량을 염두에 둘 때 해당 문구가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도 달라질 여지가 크다. 

성남FC 사무실. 연합뉴스
성남FC 사무실. 연합뉴스

수사 당국과 유족이 함께 유서를 확인할 당시 상황에 밝은 한 인사는 1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씨 배우자는 ‘유서가 공개될 경우 이재명 대표가 유서를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경찰과 검사에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서 내용 일부가 언론에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면 유서 전문 공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품성 좋은 늘공”…전씨의 최근 행적은?

전씨와 이재명 대표와의 첫 관계 맺음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인 2013년 5월로 거슬러 간다. 당시 전씨는 이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뒤 국장으로 승진했다. 이후에는 수정구청장을 역임했다. 이 대표가 전씨를 시장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데는 그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선출직인 단체장은 내부 인사를 할 때 지역 안배를 하는 편이다. 전씨는 전남 강진 출신이다.

성남시에서 전씨와 함께 근무했던 한 공무원은 “전씨는 정치 바람을 타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맡은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전형적인 실무형 공무원”이라며 “품성도 좋아서 공직 사회에서 신망도 두터웠다. 비서실장 발탁은 물론 이후 승진 과정에서도 뒷말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라고 말했다. 전씨를 잘 아는 또다른 공무원도 “공무원들 중에도 정치권에 줄을 대려거나 정치인을 만나려고 노력하는 이들도 있지만 전씨는 그런 부류는 아니었다”며 “이재명 대표와 오래 함께 한 건 사실이지만 정치색이 강한 발언이나 행보를 보인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씨의 최근 행적도 조금씩 확인된다. 한 성남시 퇴직자는 <한겨레>에 전씨가 최근 본인에게 전화를 걸어온 사실을 밝혔다. 이 퇴직자는 “느닷없이 전화가 와서 ‘잘 지내느냐’, ‘힘들지만 잘 지내야 한다’”라며 “‘뭐 좀 쉬면서 할 일 없나 찾아보고 있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경기주택도시공사에서 퇴직한 뒤 별다른 대외 활동을 하지 않을 때였다. 경기도의 한 퇴직 공무원도 “올해 초에 전씨가 요즘 수사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피곤하다라는 토로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 구속영장에 ‘성남 FC 사건’ 공범 적시
검찰은 전씨를 성남에프시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6일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전씨의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된다. 검찰은 2014년 전씨가 성남시 행정기획국장일 때 네이버와 성남시의 후원금 협상 과정에서 양쪽의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구속영장에는 2014년 성남시가 보유한 정자동 부지를 매입한 뒤 교육기관 설립을 검토 중이던 네이버 관계자가 전씨를 찾아 당시 성남시장인 이 대표의 매입 협조를 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당시 만남에서 전씨가 네이버 관계자에게 ‘협조 대가로 성남에프시에 50억원을 후원해달라’는 이 대표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진행된 협상 과정에도 전씨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과 함께 협상에 나선 내용 구속영장에 포함돼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성남에프시 후원금 관련 ㄱ씨의 피의자 조사가 한 차례 진행됐고 이후 추가 조사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