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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운동장 위로 아파트 공사장 타워크레인 ‘슝슝’

등록 2019-07-01 04:59수정 2019-07-01 07:59

학생·학부모 “보기만 해도 아찔” 위압감
학교, 안전사고 우려 운동장 일부 폐쇄
시공사 “학부모 등과 대책 협의하겠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 삼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바라본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공사장의 타워크레인. 학교 쪽은 타워크레인에 위압감을 느끼는 학생·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안전사고를 우려해 운동장 일부에 저지선을 설치해 학생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 삼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바라본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공사장의 타워크레인. 학교 쪽은 타워크레인에 위압감을 느끼는 학생·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안전사고를 우려해 운동장 일부에 저지선을 설치해 학생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27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 삼가초등학교 운동장. 체육수업이 한창인 운동장 한쪽에 학생 출입을 막는 저지선이 처져 있었다. 운동장과 맞닿아 있는 고층 아파트 신축공사장 탓에 학교 쪽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설치해 놓은 것이다. “머리 위로 ‘슝슝’ 움직이는 것 같아요. 운동장으로 넘어지지 않을까, 물건이 떨어뜨리지 않을까 무서워요.” 이 학교 한 초등학생은 공사장에 설치된 대형 타워크레인의 붐대(길게 뻗어나와있어 돌아가는 기둥)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학생의 어머니는 “현재 15층 높이에도 압도적인 공포감을 주는데, 38층까지 올라가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형 타워크레인의 위압감에 체육 활동도 공사장 반대쪽 운동장에서만 진행했다. 공사장에선 망치 두리는 둔탁한 소리와 철끼리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음이 쉴새없이 들려왔다. 송인옥 삼가초교 교장은 “터파기 땐 발파로 인한 소음과 진동으로, 지금은 공사장의 각종 소음과 분진으로 수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뉴스테이 공사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의 붐대 회전 반경을 보면, 학교 운동장 경계 일부와 학교 정문 앞 등하굣길도 포함된다. 용인시 제공
뉴스테이 공사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의 붐대 회전 반경을 보면, 학교 운동장 경계 일부와 학교 정문 앞 등하굣길도 포함된다. 용인시 제공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이 학교 옆 1만4403㎡ 터에 ‘현대힐스테이트 용인’ 13개 동 1950가구를 짓는 건설 현장이다. 당초 민간제안의 삼가2지구단위계획 사업에서 2016년 5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사업으로 전환한 곳이다. 뉴스테이 사업구역 지정으로 최대 29층짜리 1717가구에서 추가로 233가구가 늘어나 최대 38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용인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뉴스테이 육성을 위해 용적률 완화 등 많은 인센티브를 줘서 허가가 났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공공사업이라는 핑계로 안전대책도 없이 무책임하게 아파트 공사를 허가해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시공사 쪽이 타워크레인을 학교 방향으로 회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수시로 운동장으로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공사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의 붐대 회전 반경을 보면, 학교 운동장 경계 일부와 학교 정문 앞 등하굣길도 포함된다.

용인시청에서 바라본 현대엔지니어링이 신축 중인 ‘현대힐스테이트 용인’ 아파트 공사 현장. 최대 38층 높이의 이 아파트는 현재 15층까지 올라갔는데도, 산등성이를 가로 막아 ‘병풍’을 연상케 하고 있다.
용인시청에서 바라본 현대엔지니어링이 신축 중인 ‘현대힐스테이트 용인’ 아파트 공사 현장. 최대 38층 높이의 이 아파트는 현재 15층까지 올라갔는데도, 산등성이를 가로 막아 ‘병풍’을 연상케 하고 있다.
시공사 쪽이 관련법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 하자 참다 못한 학부모들은 ‘삼가초안전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비대위 쪽은 공사 진행 과정에서 안전상 문제와 함께 완공 뒤 고층 아파트가 햇빛을 가려 ‘그늘진 학교’로 만들 것이라며 대책을 요구했다. 오영묵 삼가초안전비대위원장은 “현재 15층까지 지었는데도, 운동장에 그늘이 진다. 동향으로 지어진 학교 내 교실은 낮에도 어두운 편”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아이들의 일조권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쪽은 타워크레인 붐대가 학교 쪽으로 회전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교육하는 등 안전 예방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일조권과 관련해 시뮬레이션 결과 동절기 일부를 제외하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실제 체감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 비대위, 시행사 등과 제기된 문제 해결 방안을 위해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용인삼가 뉴스테이 공사장 앞에서 삼가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안전대책 마련 및 학습권 보장을 위한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삼가초안전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용인삼가 뉴스테이 공사장 앞에서 삼가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안전대책 마련 및 학습권 보장을 위한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삼가초안전비상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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