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경사도 완화 이후 난개발된 용인시의 모습. 최병성 용인시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 제공
경기 파주시의회가 최근 산지 개발 경사도를 완화한 도시계획조례를 통과시키면서 파주시도 산지 막개발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용인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10일 파주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주시의회가 난개발을 조장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비민주적이고 졸속으로 통과시켰다”며 ‘시의회에 재의 요청을 해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최종환 파주시장에게 보냈다.
파주시의회는 지난달 28일 열린 본회의에서 ‘법원·파평·적성은 경사도 23도 미만, 파주·문산은 20도 미만, 그 밖의 지역은 18도 미만의 경우 도시개발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현행 ‘18도 미만’의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으로, 막개발 논란을 빚은 용인시(처인 25, 기흥 21, 수지 17.5도 미만)와 비슷한 수준이다.
파주시의회는 이성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입법예고나 주민 설명회, 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고 표결에 부쳐 찬성 11, 반대 1, 기권 2명으로 도시산업위원회에서 제출한 수정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공개서한에서 “파주지역의 환경과 주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이런 조례를 개정하려면 사후 영향에 대한 용역조사와 주민설명회, 공청회 등을 거쳐야 마땅하다. 그러나 의원발의 안건이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의원 한 두 명의 주장만으로 파주시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0일 오전 파주시청 정문 앞에서 “파주시의회가 난개발을 조장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비민주적이고 졸속으로 통과시켰다”며 최종환 파주시장에 재의 요구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이 단체는 이어 “산지 경사도에 따른 도시개발계획을 대폭 완화한 것은 법원, 파주, 적성뿐만 아니라 파주지역 전체 산지를 초토화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용인시는 ‘경사도 15도 미만의 경우에 개발을 허용한다’는 조례를 ‘17.5도~23도로 완화’한 뒤 산지가 심각하게 난개발되고 주민들 고통도 매우 커, 지난해 시장 직속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가 발족해 관련 조사를 벌이고, 조례도 다시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7월8일치 1·8면 참조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최종환 시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노현기 파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경사도가 18도 미만이어서 개발을 못 한 지역·사업에 대한 자료를 의회에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고, 충분한 논의를 위해 안건을 보류시켜달라는 요청도 무시됐다. 용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시장에 재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파주에서 임진강과 북파주의 파평산, 감악산, 비학산이 보물인데 경사도 완화는 이 보물들을 파괴하는 조례”라며 “환경보전을 위해 시장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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