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 세계 최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고 있는 콜롬비아 보고타의 ‘시클로비아(Ciclovia)’ 현장에서 보고타 시민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서울시 제공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시는 매주 일요일 오전 7시만 되면, 주요 간선도로의 차량 진입을 차단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전거 축제 ‘시클로비아(Ciclovia)’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1982년부터 시작된 시클로비아는 이름부터 자전거(bicicleta)와 길(via)의 합성어로, 매주 일요일과 국경일, 온전히 자전거 운전자들을 위해 시 주요 간선도로의 차량을 통제하는 정책이다. 매주 일요일과 국경일마다 보고타시 북부 5개, 중부 6개, 남부 5개 노선 총 120㎞ 구간의 도로에 7시간 동안 차량은 들어설 수 없다.
대신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롤러스케이트·인라인스케이트 이용자에게 개방된다. 차량만을 위한 길이 시민들에게 광장이 되는 순간이다. 매주 약 200만명의 시민들이 시클로비아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호주, 벨기에, 인도, 이스라엘, 캐나다와 중남미 주요 도시에서 시클로비아를 차용해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운영한다.
보고타시는 중남미에서도 손꼽히는 교통 혼잡 도시였다. 시는 1972년부터 시민들의 승용차 의존도를 낮춰 교통 혼잡과 대기질 개선에 기여하고, 빈부에 상관 없이 이용하기 쉬운 자전거를 통해 평등한 도시라는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시클로비아를 구상했다.
또 약 총 길이 480㎞에 달하는 자전거 전용도로 ‘시클로루타(Cicloruta)’를 구축해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시클로루타는 찻길과 높이, 녹지 등을 사이에 두고 물리적으로 분리된 자전거 도로로, 자전거 운전자들이 차량으로부터 안전을 지킬수 있으며, 막힘 없이 달릴 수 있게 조성됐다. 주요 사무시설과 학교, 주거시설 등을 연결하는 자전거 도로로, 주요 도로를 축으로 가지처럼 도시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하루 평균 80만명의 시민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타시는 파악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시의 시클로비아에 참가해 보고타처럼 ‘차 없는 거리’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관광객·쇼핑객 보행 수요가 많은 이태원, 남대문 시장 등을 ‘차 없는 존’(zone)으로 운영하고 잠수교, 광진교 등 한강 교량도 정례적으로 ‘차 없는 다리’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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