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집행 공원을 수용하기 위한 예산을 우선순위가 아닌, 시의원들의 요구대로 편성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21일 ‘지방자치단체 전환기 취약분야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부당한 장기미집행 공원용지 보상업무 관련자 전원에 대해 엄중 문책 및 고발 등 행정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예산을 원활하게 통과시키기 위해 모두 1331억원의 공원용지 수용 예산을 시의원들의 요구대로 편성할 수 있게 할당했다. 이 기간 공원용지 수용을 위한 서울시 전체 예산은 3363억원으로 이 가운데 39.5%를 사실상 시의원 입맛대로 편성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서울시 담당 부서는 시가 정해놓은 ‘우선보상대상지’에 해당하지 않아도, 시의원이 요구하는 지역에 예산을 편성했다. 특히, 강동·관악·동작구는 시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서울시의 승인도 없이 보상 대상지를 임의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공원용지 투기꾼들은 시의원들이 요구한 예산이 편성된 직후 해당 토지를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174억원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감사원 조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시장과 해당 구청장에게 관련 공무원에 대한 강등·정직 등 징계와 주의를 요구하고, 관련 공무원과 시의원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시는 지난해부터 시 담당 부서와 시의원이 임의로 예산을 편성할 수 없도록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보상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보상 대상지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고 위원회가 심의·의결한 대상지에만 보상 예산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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