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 행주산성이 발굴조사 결과 삼국시대에 축성된 450m 규모의 석성이라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경기도 고양 행주산성이 정상부 능선을 따라 축조한 ‘테뫼식’ 석축산성이며, 돌로만든 이 성의 규모는 지형에 따라 높이가 1.6∼4.3m, 전체 길이는 450m이며, 축조 시기는 삼국시대인 7세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고양시는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올해 7월부터 한양문화재연구원이 진행중인 국가 사적 56호 행주산성 안 석성구역 발굴조사 결과를 8일 공개했다. 그동안 고양 행주산성은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된 포곡식(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주변 계곡 일대를 돌아가며 성을 쌓는 방식) 토축산성이자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친 전적지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정상부 능선을 따라 축조한 테뫼식(산의 정상을 중심으로 7∼8부 능선을 따라 수평되게 성을 쌓는 방식) 석축산성이며, 축조시기도 삼국시대인 것으로 새롭게 확인됐다.
경기도 고양 행주산성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450m 길이의 석성.
이번 발굴조사는 지난 3월에 실시한 시굴조사(7개 지점)를 거쳐 석성의 범위와 축조 기법 등을 확인하기 위해 5개 지점을 구체적으로 선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석성은 장방형으로 자른 화강암을 이용해 지형이 낮은 부분부터 바깥벽을 쌓은 뒤 바깥벽이 안쪽벽과 동일한 높이에 이르면 내부에 돌을 채우고 흙을 다져 안팎벽에 돌성을 동시에 쌓는 기법이 사용됐다. 돌성은 축성 이후 한 차례 고쳐 쌓았으며, 동쪽 일부 지점에서는 붕괴를 막기 위해 바닥에 흙을 다져서 보강한 흙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한성백제기의 대옹편과 신라시대의 토기, 선문 및 격자문 기와편 등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이 출토돼 행주산성이 삼국시대부터 한강유역의 전략적 요충지였음이 밝혀졌다.
김수현 고양시 학예연구사는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행주산성에 대한 역사가 삼국시대까지 소급돼 유적의 가치가 한층 더 높아졌다. 고양지역을 비롯해 한강유역 관방사 연구에 획기적인 단초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사진 고양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