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모자와 마스크를 쓴 ‘한강 몸통 주검’ 사건의 피의자가 지난 8월18일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한강 몸통 주검 사건’의 피의자 장아무개(38)씨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8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 장씨에 대한 첫 재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날 재판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501호 법정에서 형사1단독 전국진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렸다.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수법이 잔혹하고, 계획적이었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정신·육체적으로 피해를 준 적도 없고, 범행 후 반성이 없다”며 “재범 우려가 있어 사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씨는 이날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변호인과 함께 법정에 출석한 장씨는 재판장의 지시로 이름과 출생연도, 직업은 답했지만, 거주지 주소 등은 진술을 거부했다. 재판장이 “거주지 주소를 왜 답하지 않냐”고 묻자, “답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장씨는 검찰의 공소 요지를 듣고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제시한 살해도구(손망치, 부엌칼, 톱)들도 모두 인정했다. 재판장이 “피해자나 유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얘기를 왜 하지 않느냐”고 말하자, 장씨는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이 울분을 쏟아내기도 했다.
장씨는 지난 8월8일 오전 자신이 일하던 서울 구로구의 모텔에서 투숙객(32)을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흉기로 주검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훼손한 주검을 같은 달 12일 새벽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5차례에 걸쳐 한강에 버린 혐의도 받고 있다. 장씨는 피해자가 반말하며 시비를 걸고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자 이런 범행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주검을 잔혹하게 훼손해 한강에 버리고 완전범죄를 꿈꿨던 장씨의 계획은 지난달 12일 오전 9시15분께 경기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부근에서 한강사업본부 직원이 몸통만 있는 주검을 발견하면서 실패했다.
경찰과 관계기관의 대대적인 수색이 시작되고 며칠 뒤인 지난달 16일 오전 피해자 주검의 오른팔 부위가 한강 행주대교 남단 500m 지점에서 검은 봉지에 담긴 채로 발견되면서, 피해자의 신원이 확인됐다. 수사가 급물살을 타며 장씨는 같은달 17일 새벽 경찰에 자수했다. 그가 자수한 날 오전 10시45분께 한강에서 피해자 주검의 일부로 추정되는 머리 부위도 발견됐다.
경찰에서 신상 공개가 결정돼 언론에 얼굴과 실명이 알려진 장씨는 취재진 앞에서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인 사건”이라며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기 때문에 반성하지 않는다”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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