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6~1998년 거주했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의 사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거주했던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저가 ‘대통령역사관’으로 활용된다. 일산 사저는 김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부터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1998년 2월까지 1년 6개월간 살았던 곳으로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있다.
대지 440㎡(2필지)에 본관·별관 등 2개 동 건물 총면적 459㎡로 구성된 일산 사저는 김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옮겨간 뒤 20여년 동안 사람이 거주하지 않았지만, 건물이 잘 보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저에는 김 전 대통령 부부가 사용하던 장롱, 침대 등 가구와 책상, 응접세트, 병풍 등이 남아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일산 사저 입주 전에 잠시 머물렀던 일산 강선마을까지 포함해 약 2년가량 일산에 살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응접세트와 병풍.
5일 고양시의 설명을 들어보면, 고양시는 내년도 본예산에 ‘김대중 사저 기념화 사업’을 위해 사저 매입비 25억원과 리모델링비 등 29억84000만원의 예산안을 편성했다. 오는 12일 시의회 심의를 통과하면 시는 내년 1월 사저를 매입해 리모델링을 거쳐 대통령 역사관을 조성한 뒤 내년 11월께 일반에 개방할 계획이다.
시는 김 전 대통령의 사저를 역대 대통령들의 기록물 전시나 청소년들을 위한 민주주의 교육, 인권 교육, 소규모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할 방침이다.
앞서 시는 2012년 김 전 대통령의 사저를 매입해 평화인권교육센터로 활용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시의회가 사업비(30억원) 전액을 국비로 확보할 것을 요구해 사업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사저 매입 추진에 대해 일부에선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있다. 고양지역 시민단체인 일산연합회 등은 최근 성명을 내어 “겨우 2년 남짓 살았던 사저를, 그것도 소유권이 바뀐 상황에서 수십억을 들여 매입하고 매년 수억원의 운영비를 낭비하려는 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가 사용했던 침대와 장롱.
이에 대해 고양시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의 삶이 민주, 평화, 통일로 대변되는 만큼 사저 방문을 통해 그분의 삶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평화통일의 중심도시를 표방하는 고양시의 상징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건물은 현재 기념관으로 추진 중인 동교동 사저와 전남 신안군 하의도 생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평화센터, 전남 목포의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광주광역시 김대중 컨벤션센터 등이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사진 고양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