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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DMZ 접경지역 전통농사에 국가 보조금 지급해야”

등록 2019-12-16 16:50수정 2019-12-16 20:49

독일국경 그린벨트 조성한 프로벨 박사 DMZ일원 답사
“DMZ·CCZ 함께 보전할 마스터플랜 필요
국경 감시탑·철조망 등 모두 없앤 건 실수”
회원수 65만명의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의 생태보전 및 그뤼네스 반트 총괄 담당자인 카이 프로벨 박사가 지난 8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 선사박물관에서 열린 ‘연천임진강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미나’에 참석해 독일의 디엠제트 활용과 보전 사례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회원수 65만명의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의 생태보전 및 그뤼네스 반트 총괄 담당자인 카이 프로벨 박사가 지난 8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 선사박물관에서 열린 ‘연천임진강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미나’에 참석해 독일의 디엠제트 활용과 보전 사례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8일 해 질 무렵 경기도 연천 태풍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쪽 디엠제트(DMZ). 두루미 몇 마리가 평화롭게 먹이 질을 하고 있었다. 남쪽은 태극기와 유엔기가 나란히 내걸린 감시초소(GP)가 난공불락의 성처럼 버티고 있었다.

임진강변에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10여 마리가 방문객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신경이 쓰이는 듯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녔다.

“한국의 비무장지대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사의 한 단면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장소이며 생태적으로도 보존가치가 매우 큰 곳입니다. 디엠제트와 민간인통제선(CCZ)을 묶어서 야생상태 그대로 보전해야 하며, 이를 위한 한국 정부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합니다.”

이날 태풍전망대와 두루미 서식지인 임진강 빙애여울, 장군여울을 둘러본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BUND)의 생태보전 및 그린벨트 총괄담당인 카이 프로벨 박사. 그는 “디엠제트는 통일 한국의 미래 자연보전과 생명을 위한 녹색인프라 기회이며, 한국이 기억해야 할 역사이자 최고의 기념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89년 동·서독의 장벽이 무너지자 독일 디엠제트인 동·서독 접경지역을 ‘그뤼네스 반트’(그린벨트)라고 이름 짓고 보호지역 지정을 제안한 독일의 대표적인 환경운동가로, 현재 독일 자연보호연맹의 총책임자를 맡고 있다.

그는 이날 저녁 전곡 선사박물관에서 열린 ‘연천임진강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미나’에 참석해 “디엠제트와 민통선 보전을 위해 농부들이 지속가능한 전통농업을 하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독일은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수억 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광객들이 옛 국경지대에서 분단의 흔적을 보고 싶어 하는데 통일 이후 철조망과 감시탑을 모두 없애버린 것은 독일의 실수”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디엠제트 일원의 구조물, 철조망 등을 보전해 접경지역에 활용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운동연합, 문화유산국민신탁 등 국내 엔지오(NGO) 활동가 등과 함께 지난 8~10일 경기 파주, 연천, 강원 철원의 디엠제트 접경지역을 답사했다.

독일의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의 생태보전 및 그린벨트 총괄담당인 카이 프로벨 박사가 지난 9일 강원도 철원의 옛 노동당사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독일의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의 생태보전 및 그린벨트 총괄담당인 카이 프로벨 박사가 지난 9일 강원도 철원의 옛 노동당사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프로벨 박사는 “한국은 독일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아 미리 국가 차원의 총체적인 보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독일은 환경운동가들이 국경지역 보전 전략을 일찍 세웠으나 갑작스럽게 통일이 오면서 국가 차원의 계획이 없었다. 독일의 상징이 된 그린벨트는 지방정부별로 조각조각 보호구역을 지정해오다 2010년에서야 연방 자연보전법이 제정되면서 국가 차원의 보호구역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 선사박물관에서 열린 ‘연천 임진강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 선사박물관에서 열린 ‘연천 임진강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옛 독일 접경은 동독에서 서독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속 울타리와 약 6m 넓이의 콘크리트 도로 통제구역이 설치됐다. 800여개의 감시탑과 자동차 탈출을 막기 위해 수로(해자)도 팠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면서 ‘죽음의 지대’였던 군사분계선은 1393㎞, 평균 130m 너비의 녹색띠로 바뀌어 자연보전과 생태·역사 관광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녹색 띠 일대에는 약 5200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600종 이상이 멸종위기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그뤼네스 반트’ 운동은 보전과 관광모델 사업을 조화롭게 추진해 디엠제트를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반도 디엠제트의 미래 모습을 가늠할 사례로 꼽힌다.

지난 8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전망대에서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가 한강하구와 임진강 생태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8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전망대에서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가 한강하구와 임진강 생태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함께 디엠제트 일원을 탐방한 ‘새와 생명의 터’ 대표인 나일 무어스 박사는 “야생 두루미가 세계적인 희귀종이 된 것은 한반도 서해지역의 개펄 파괴와 무관하지 않다”며 디엠제트 일원에 대한 개발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목초지인 독일과 달리 한반도 디엠제트는 70년 동안 사용 안 한 과거 경작지(논)가 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없는 곳”이라며 “한국도 접경지역 농어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생태보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전망대에서 ‘디엠제트 일원 생태평화지대를 위한 한·독 대화’ 참가자들이 북한 쪽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전망대에서 ‘디엠제트 일원 생태평화지대를 위한 한·독 대화’ 참가자들이 북한 쪽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방정부와 엔지오, 지역주민이 참여한 디엠제트 일원 답사를 주관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은 “평화경제의 출발점은 민통선, 디엠제트 일대의 논과 농부, 두루미를 보호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파주·연천·철원 주민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디엠제트 접경지역이 지속가능한 공간이 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파주·연천·철원/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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