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 마켓 안에 있는 ‘일본육군 조병창’이 8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역사문화공원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8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 마켓 안 ‘일본육군 조병창’이 오염 정화 작업을 거쳐 역사문화공원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조병창은 무기를 만드는 곳을 말한다.
한국환경공단은 최근 반환된 캠프 마켓 군수재활용품센터(DRMO) 정화구역 안 시설물 6개 가운데 문화재청이 보존을 권고한 일본육군 조병창 등 5개를 존치한 채 정화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공단 쪽이 밝힌 존치 대상 시설물은 일본육군 조병창의 주물공장으로 쓰였던 건물과 굴뚝, 일제가 전국 각지에서 수탈한 쇠붙이·놋그릇·엽전 등을 실어오던 철길과 플랫폼 등이다.
부평의 일본육군 조병창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노동자 강제동원과 민족경제 공출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대표적 시설로 꼽힌다. 일본은 1939년 부평에 한반도에서 가장 큰 군수공장인 일본육군 조병창을 짓기 시작해 1941년부터 소총, 탄약, 포탄 등 일본육군이 전쟁에서 사용할 각종 무기를 생산했다. 일제가 1940년대 아시아태평양 전쟁 후반에 일본과 중국 등에서 운영한 8개의 조병창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이곳이 철거되지 않고 원형대로 보존된 것은 일본이 패전 뒤 버리고 간 것을 미군이 접수해 70여년 동안 기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미군기지 캠프 마켓과 일본육군 조병창. 연합뉴스
국방부의 위탁을 받아 캠프 마켓 토양 정화 작업을 하는 한국환경공단 쪽은 “일본군 조평창 등 시설물의 하부 토양 오염이 심하지 않아 철거나 이전을 하지 않고서도 주변 토양 굴착을 통해 정화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보존을 권고한 시설물 가운데 주한미군 초소 건물은 하부 토양 오염이 심해 다른 장소로 이전해 정화작업을 한 뒤 제자리로 옮겨진다.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서 이 일대 토양에서 선진국 기준의 10배를 넘는 다이옥신류가 검출된 바 있다.
1948년 당시 일본육군 조병창 모습. 주한미군 출신 노르브 파예 제공/연합뉴스
인천시와 부평문화원은 정화작업이 완료되면 조병창 일원을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해 반전·평화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캠프 마켓 주변에는 조병창에서 만든 무기를 보관한 함봉산 지하토굴, 조병창 하청기업 노동자 숙소인 미쓰비시 줄사택 등이 남아 있다. 이 일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